“제1연평해전, 北도발 예감후 매일 대비해 승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16일 03시 00분


승전 이끈 박정성 당시 2함대사령관
“부임후 6개월간 고강도 훈련 반복
北경비정 NLL 침범에 즉각 대응
아군의 3배 전력 北 패퇴시켜”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싸운 장병들이 더 용기백배해 조국 방위 임무에 매진할 것입니다.” 제1연평해전 24주년인 15일 당시 해군 2함대사령관으로 승전을 이끈 박정성 예비역 해군 소장(73·해사 25기·사진)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제1연평해전의 의미와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중요성을 제대로 평가하고 장병들을 격려한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제1연평해전 승전의 호국정신을 이어받아 국토 방위 임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박 소장은 당시 기억이 어제처럼 생생하다고 했다. 그는 2함대사령관 부임 직후 북한의 서해 NLL 도발을 직감하고 예하 부대를 다잡았다. 지휘관과 참모는 물론이고 병사까지 ‘열외’가 없었다고 한다. “적이 반드시 도발할 걸로 보고 6개월간 거의 매일같이 북한군의 전력 배치와 전술 분석, 실전을 상정한 고강도 훈련과 전술 토의를 반복했죠.” 특히 도발 이틀 전인 1999년 6월 13일 야간에 서해 NLL 이남 10여 km 해상에 북한이 설치한 수상한 어망 부이(부표)를 발견하고 적의 기습이 임박했다고 판단했다는 것.

“14일이나 15일을 ‘디데이’로 예상했는데 15일 북한 경비정과 어뢰정들이 꽃게잡이 어선들과 떼를 지어 NLL을 넘어와 우리 고속정들이 선체 충돌로 밀어내자 곧바로 적의 기관포 세례가 쏟아졌습니다.” 휴전 이후 남북 간 첫 대규모 해상전투가 벌어지는 순간이었다. 이에 우리 고속정과 초계함은 즉각 함포와 기관포로 대응사격에 나서 북한 함정들을 대파시키는 등 완승을 했다. 당시 북한은 지원 함정을 포함해 우리 군보다 3배가량 많은 전력을 투입했지만 참패했다고 박 소장은 설명했다.

“그간 알려진 것보다 북한군의 피해가 훨씬 크고, 북측 전사자도 15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사후 파악됐습니다.”

교전 직전의 긴박했던 일화도 회고했다. “북한이 곧 도발해올 텐데 피나는 훈련과 대비로 절대 지지 않을 자신은 있었지만 귀한 자식들 한 명도 전사하지 않게 해달라고 사령관실에서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의 바람대로 아군 피해는 일부 장병이 경상을 입는 데 그쳤다. 교전 이후 육군 사단장들로부터 장병들이 북한군에 막연한 공포심을 갖고 있었는데 싸워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줘 고맙다는 내용의 편지도 받았다고 한다.

북한은 서해 NLL 유명무실화 시도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유사시 서해 NLL과 덕적도 사이 해협으로 북한군 특작부대가 공기부양정을 타고 대거 침투할 것에 철저히 대비해야 합니다.” 서해 NLL은 수도권 안보의 ‘최후 보루’인 만큼 군이 대북 경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1연평해전#北도발#예감#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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