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근대교육연구소는 22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한국일보 홀에서 ‘근대 학교 교육의 선각자’라는 주제로 연구소 개소식 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한용진 소장(고려대 교육학과 교수)은 “민족의 정신을 잃지 않도록 도전한 이들의 사상을 계승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려대의 전신인 보성전문학교가 설립된 1905년은 ‘민간사학의 해’였다. 이 시기 생겨난 근대 학교는 양정의숙, 한성법학교 등 3000여 곳에 이른다. 첫 발제자로 나선 한 소장은 보성전문학교를 세운 인촌 김성수(1891∼1955)를 “‘삼전론’(三戰論)을 실천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삼전론은 언론을 통한 여론투쟁(언전·言戰), 교육투쟁(도전·道戰), 산업개발을 통한 국부 축적(재전·財戰)을 일컫는다. 1903년 천도교 3대 교주이자 독립운동가인 손병희(1861∼1922)가 제안한 것이다.
20세기 초 근대 교육에 대한 시대적 기대는 ‘교육구국(敎育救國)’에 있었다. 무장투쟁이 어려워지면서 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국권 회복을 위한 급선무로 강조됐기 때문이다. 건국 이후 2대 부통령을 지낸 인촌은 일본 유학을 마친 뒤 재정난을 겪던 중앙학교(현 중앙고)와 보성전문학교를 차례로 인수해 ‘교육구국’을 이루고자 했다.
인촌은 20대 청년 시절 백산학교 설립을 시도했지만 좌절됐다. 이에 굴하지 않고 사회 원로들을 설득해 1915년 중앙학교를 인수했다. 한 소장은 “인촌은 청년기를 식민지 체제 아래서 보내면서도 교육투쟁을 멈추지 않았다”며 “흑백 이분법적 친일논쟁에서 벗어나 그의 업적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세대 설립자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 선교사(1859∼1916)를 연구해 온 정운형 연세대 국학연구원 교수는 “언더우드는 임종의 순간까지 대립이 아닌 조화를 추구하는 대학을 꿈꿨다”고 했다. 일본에서는 근대 교육 설립자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오가와 요시카즈 일본 히로시마대 교수는 이날 와세다대 설립자 오쿠마 시게노부(大隈重信·1838∼1922)와 게이오대 설립자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1835∼1901)의 자료관을 소개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