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용사 후손 등 청년 27명
임진각-평화의댐-통일전망대 돌며
‘휴전선 155마일 대장정’ 행사 마쳐
“분단국가의 현실 더 생생하게 느껴”
“아버지가 총을 들고 싸웠던 최전선을 가까이서 보니 감개무량하네요.”
1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 독개다리에서 만난 에티오피아 유학생 자위 메르하위 훈데 씨(27)는 “아홉 살 때 지병으로 돌아가신 아버지가 6·25전쟁 참전용사 출신”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동아일보와 채널A가 주최하고 국가보훈부가 후원한 ‘6·25전쟁 정전 70주년 기념 휴전선 155마일 대장정’ 행사에 참가했다.
훈데 씨는 “어머니로부터 아버지의 왼팔에 전쟁 당시 입었던 총상 흔적이 있었다고 들었다”며 “아버지가 힘들게 지켜낸 땅이라고 생각하니 더 특별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이번 행사는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출정식을 열고 1박 2일 동안 경기 파주시에 있는 임진각과 강원도에 있는 평화의댐, 통일전망대 등을 둘러보는 순서로 진행됐다. 국내외 참전용사 후손과 대학생, 직장인 등 27명의 청년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정전 70주년을 맞아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고 6·25전쟁에 대해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강원 화천군 평화의댐 인근에선 ‘이름 없는 병사’의 철모를 바라보며 묵념했고,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선 북한 지역을 바라보며 6·25전쟁이 어떻게 시작되고 진행됐는지 배웠다. 대학생 김채빈 씨(20)는 “휴전선 근처에 오니 우리나라가 분단국가라는 현실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유학생들과 재외동포 2, 3세도 참가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인 2세 정민하 씨(19)는 “그동안 책으로만 접했던 6·25전쟁을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에 방학을 맞아 한국에 와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프랑스인 쥘리 크리숑 씨(26)는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 4년 전부터 한국에 살면서 모델 일 등을 하는 중”이며 “역사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했다.
국가보훈부 관계자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6·25전쟁이 점점 잊혀지는 것 같아 청년들이 전쟁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교류의 장을 만들려 했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참전용사 고 유주석 대위의 손녀인 유길오 씨(31)는 “할아버지가 참전용사임에도 먼 일처럼 느껴졌던 6·25전쟁에 대해 다 같이 모여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뜻깊은 순간이었다”고 돌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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