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대지진 학살 인정 않는건 日에도 위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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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맞아 도노무라 교수 경고
“재난 발생시 유언비어 또 퍼질수도
한일교류 확대기 역사 바로 알려야”

“간토(關東) 대지진 학살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일본에도 위험할 수 있습니다. 또다시 지진이 일어났을 때 범죄를 부추길 수 있는 유언비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일본의 재일 조선인 연구 권위자로 꼽히는 도노무라 마사루(外村大) 도쿄대 교수(역사학·사진)는 22일 일본 도쿄대 캠퍼스 연구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며 이같이 말했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7년째 간토대지진 학살 추도식에 추도문 발송을 거부하는 것에 대해 도노무라 교수는 “실제 재난이 닥쳤을 경우 사회를 유지하는 데 (고이케 지사 같은 행동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루머가 또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고한 조선인들이 위험 집단으로 몰려 희생된 1923년 9월 간토대지진 학살은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인에게 상처로 남아 있다. 도노무라 교수는 “1920년대 들어 한반도 농촌에서 살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일본의 공장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에 사는 조선인이 늘면서 일본인들 사이에서 조선인을 경계하고 위험하게 여기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분석했다. 당시 지진이 일어났을 때 일본 수도권에는 ‘조선인이 불을 지르고 우물에 독을 탄다’는 유언비어가 횡행했다.

도노무라 교수는 “의도적으로 권력이 개입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시 일본에는 군국주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 많았다”며 “적(敵)은 죽여도 된다는, 적이 있으면 위험하니 죽여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매년 9월 1일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를 기리는 추도식에는 극우 성향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慎太郎)를 비롯한 역대 모든 도쿄도지사가 추도문을 보냈다. 하지만 고이케 지사는 7년째 추도문 발송을 거부하고 있다. 최근 한일 관계 개선으로 젊은 세대에서 서로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그는 이럴 때일수록 올바른 역사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역사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한일 젊은이들의 교류에도 곤란한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역사에 여러 의견이 있다는 식의 속임수는 하지 않는 게 일본인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간토대지진 학살#도노무라 교수 경고#한일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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