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헨더슨 영국 케임브리지대 분자생물학연구소 연구위원(78)은 9일 서울 고려대 대강당에서 열린 강연에서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위해 오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헨더슨 위원은 2013년 아주 작게 움직이는 생체 분자를 전자 형태로 빠르게 고해상도로 검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인체의 모든 체액과 세포 등 복잡한 생체 분자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 질병의 원인과 치료제를 보다 효율적으로 찾아낼 수 있다.
헨더슨 위원은 1990년 전자현미경으로 생체 분자 단백질의 3차원(3D)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분석할 수 있을 만큼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세계 최초로 생성했다. 생체 분자를 자연적인 형태로 유지할 수 있도록 얼린 다음 시각화하는 연구 방식을 활용한 것이다. 당시 학계에선 전자현미경은 ‘전자 빔’으로 생체 분자를 쉽게 파괴하는 만큼 살아 있는 세포를 연구하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게 상식이었는데 이를 뒤집은 결과였다.
헨더슨 위원은 이 같은 성과로 자크 뒤보셰 스위스 로잔대 생물물리학 명예교수, 요아힘 프랑크 미국 컬럼비아대 생화학분자생물학 교수와 함께 2017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그는 이번 강연을 통해 초저온 전자현미경의 개발 가격을 낮추고 더 많은 연구기관에 보급하기 위한 기술 개발 사업도 소개했다.
이번 강연은 고려대가 2025년 개교 120주년을 앞두고 노벨상 수상자 등을 초청하는 ‘넥스트 인텔리전스 포럼’의 2회 행사로 진행됐다. 주말에 열렸는데도 고등학생과 대학생, 교수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다양한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를 초청해 강연을 들을 수 있는 자리를 계속해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