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준 기초과학硏 연구단장
“후보물질 투여 쥐 다이어트 성공
다양한 질환 관여 별세포 주목받아”
“10개 정도의 불치병 원인을 밝히고,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입니다.”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은 비만이나 치매 등 치료가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질환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 또는 발견되며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장 역시 난치병 극복에 뛰어든 수많은 글로벌 연구자 중 하나다. 뇌 세포 전문가인 그는 최근 비만과 치매라는 두 난제를 한꺼번에 치료할 수 있는 원리를 찾아내 화제다.
이 단장은 11일 대전 IBS 본원에서 진행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비좁게 연구되던 뇌를 폭넓게 바라보면 그동안 해결되지 못했던 질환에 대한 치료가 가능하다”고 했다.
올해 초 치매치료제 ‘레켐비’가 미 식품의약국(FDA)의 정식 승인을 받았다. 최근에는 비만치료제 ‘위고비’가 글로벌 시장에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이 단장이 이끄는 연구진은 두 질환이 ‘동일한 메커니즘’에 의해 치료될 수 있음을 밝혀냈다. 몸무게 50g의 ‘비만 쥐’에게 치매 치료 후보물질 ‘KDS2010’을 투여했더니 몇 주 만에 평균 체중인 30g대로 ‘다이어트’에 성공한 것이다.
이 단장은 뇌 안에서 신경세포에 영양분을 운반하거나 노폐물을 제거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별세포’에 주목했다. 세포의 모양이 별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치매환자의 경우 별세포의 크기가 커지고 수도 많아진다. 이를 ‘반응성 별세포’라 부른다. 이 단장은 이 반응성 별세포가 만들어내는 효소인 ‘마오비’가 신경전달물질 ‘GABA’를 과다 생성해 치매 등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그런데 연구진은 최근 이 GABA가 치매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지방을 태우는 신경세포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찾아냈다. 결국 치매와 비만의 원인이 모두 GABA의 과다 생성이라는 것이다. 연구진이 비만 쥐에게 투여했던 KDS 2010은 반응성 별세포가 마오비를 생성하지 못하도록 해, 결국 GABA 생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뇌 세포 분야에서 별세포는 지금껏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빠른 속도로 신호를 전달해 순간적 반응, 대화, 인지기능 등에 관여하는 신경세포에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별세포가 다양한 질환의 원인임이 밝혀지고 있다. 이 단장은 “150여 년간 뇌 연구는 뉴런(신경세포)에 집중돼 있는 ‘뉴런 독트린(교리)’의 흐름이었다”며 “하지만 별세포가 치매나 비만 외 파킨슨병이나 뇌졸중 후유증 등 다양한 질환에 관여되는 것으로 파악돼 보다 총체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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