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인조 칠곡 할머니 힙합 그룹
추석 기념 마을회관서 랩 공연
‘희로애락’ 담은 가사 관객 웃고 울려
“며느리야, 차례 대신에 랩 때리자. 내 따라 해봐. 예(Yeah).”
추석 명절인 지난달 29일 오전. 경북 칠곡군 지천면 신4리 마을회관에는 신나는 힙합 음악이 울려 퍼졌다. 이날 마을회관 무대에 오른 건 8인조 힙합 그룹 ‘수니와 7공주’. 팔순이 다 돼 한글을 깨친 후 컴퓨터용 폰트(글씨체)까지 제작해 화제를 모았던 평균 연령 85세의 할머니들이 이번에는 랩에 도전한 것이다.
할머니들은 올 8월 마을 경로당에서 힙합 그룹을 결성했다. 그룹 이름에는 리더인 박점순 할머니(85)의 이름 마지막 글자 ‘순’을 변형한 ‘수니’와 그 외에 일곱 명의 멤버가 참여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한때 힙합 뮤지션을 꿈꿨던 칠곡군 왜관읍사무소의 안태기 주무관이 돕고 있다. 지역 가을 축제 공식 데뷔를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할머니들은 이날 추석을 맞아 가족들 앞에서 예비 무대 공연을 열었다. 최고령 정두이 할머니(92)부터 막내 장옥금 할머니(75)까지 준비한 랩을 느릿한 말투와 구수한 경상도 억양에 담아 관객들을 울고 웃게 했다.
랩 가사에는 할머니들이 경험한 인생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겼다. “오빠들은 모두 공부를 시켰쓰. 딸이라고 나는 학교 구경도 못했쓰”, “한글 배워 시 쓰고 책도 냈다네. 주소 명함 노래가사 읽을 수 있네” 등이다. 특히 리더인 박 할머니는 이날 아침 차례 대신 가족들과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고 무대에 올랐다. 박 할머니의 며느리 금수미 씨(52)는 “어머님께서 손주들보다 랩을 훨씬 잘하는 것 같다. 명절 때마다 랩을 들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건강 관리를 잘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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