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는 사랑을 노래” 김남조 시인 별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11일 03시 00분


시 1000여편 남겨… 향년 96세
“시를 쓸때는 언제나 두려움 느껴”
시인협회장-여성문인회장 등 역임

“긴 세월 살고 나서/사랑 된다 사랑의 고백 무한정 된다는/이즈음에 이르렀다”(김남조 시 ‘사랑, 된다’에서)

‘모든 시가 사랑을 노래한다’는 믿음으로 1000여 편의 시를 썼던 ‘사랑의 시인’ 김남조 숙명여대 명예교수(사진)가 10일 영원히 펜을 놓았다. 향년 96세.

6·25전쟁의 혼돈 가운데 ‘어느 산야에도 구르는 돌멩이처럼 목숨만 갖고 싶다’고 읊조린 20대 시인은 아흔 살이 넘어서도 시집을 내는 등 삶의 깨달음과 사색을 꾸준히 시어에 담아냈다. 시인은 “1000편의 시를 썼다 해도 1001번째 시를 쓸 때 언제나 두려움을 갖고 임하게 된다”고 했다.

오랫동안 심장이 좋지 않아 치료를 받았던 그는 2020년 펴낸 19번째이자 마지막 시집 ‘사람아, 사람아’(문학수첩)에서 “결국 사람은 서로 간에 ‘아름다운 존재’라는 긍정과 사랑과 관용에 이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라며 사랑을 긍정했다. 2013년 17번째로 펴낸 ‘심장이 아프다’에선 “노년의 육체적 고통 속에서도 숨 쉬는 일이 위대하고 가슴 벅차게 느껴진다”고 했다.

1927년 대구에서 태어난 시인은 일본 규슈(九州)에서 여학교를 마쳤고 1951년 서울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48년 대학 재학 시절 ‘연합신문’에 시를 발표하며 문단에 발을 내디뎠다. 마산고교, 이화여고에서 교편을 잡은 뒤 성균관대, 서울대 강사를 거쳐 1955∼1993년 숙명여대 교수를 지냈다. 한국시인협회장, 한국여성문학인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다. 1992년 3·1문학상, 1996년 대한민국예술원 문학부문 예술원상, 1998년 은관문화훈장, 2007년 만해대상 문학부문상을 받았다. 남편 김세중 조각가(1928∼1986)와 함께 지내던 서울 용산구 효창동 자택을 2015년 리모델링해 문화예술공간 ‘예술의 기쁨’을 개관했다.

신달자 시인(80)은 “내가 1965년 숙명여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을 때부터 60년 가까이 스승으로 모셔 온 아름다운 분”이라고 했다.

유족으로 아들 녕 김세중미술관 관장, 석 씨, 범 설치미술가, 딸 정아 씨 등이 있다. 장례는 한국시인협회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은 12일 오전 9시. 02-3010-2000

#김남조 시인#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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