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수교 140주년 맞아 동판 제막
“이 건물은 자주독립 외교의 요람”
이한응 열사 을사늑약 앞두고 자결
유서 보도로 독립운동의 씨앗 돼
“이 건물은 한국의 자주독립 외교 활동의 역사적 장소이자 한영 친교의 요람이다.”
영국 런던 켄싱턴구 얼스코트 트레보버 4번지에 있는 한 건물 중앙 출입문 위에 이곳이 1901∼1905년 주영국 대한제국공사관이었음을 알리는 동판이 10월 30일(현지 시간) 걸렸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영국 주재 외교관이던 이한응 열사(1874∼1905·사진)가 1905년 이 건물에서 순국하고 공사관이 폐쇄된 지 118년 만이다.
문화재청은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아 이날 주영 한국대사관과 함께 이 건물 앞에서 ‘옛 주영 대한제국공사관 동판 제막식’을 열었다. 이 건물이 대한제국공사관으로 쓰이기 시작한 1901년 이후 122년 만에 그 흔적을 남기게 된 것이다.
이곳은 비극적인 대한제국사와 항일운동사가 깃든 역사적인 장소다. 당시 주영 대한제국공사관 서리공사였던 이한응 열사는 1905년 을사늑약을 앞두고 그해 5월 12일 이 건물에서 자결했다. 일본 정부가 한 해 전 런던에서 체결한 ‘제1차 한일의정서’ 제5조(대한제국 정부와 대일본제국 정부는 상호 간에 승인을 거치지 않고 뒷날 본 협정 취지에 어긋나는 협약을 제3국과 맺을 수 없다)를 근거로 공사관을 폐쇄하자 목숨을 바쳐 항거한 것.
자결 직전 이 열사가 남긴 유서 전문은 이후 대한매일신보에 보도돼 항일독립운동의 씨앗이 됐다. 당시 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국가는 주권이 없고 인간은 평등을 상실하여 모든 교섭은 치욕이 망극하니 이 어찌 피 끓는 자가 참을 수 있는 일인가.”
이 열사가 순국한 주영 대한제국공사관 건물의 외부는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지만, 1960년대 영구임대주택으로 바뀌면서 내부는 개조됐다. 현재는 36가구가 거주하는 공공 임대아파트로 쓰인다.
문화재청은 2018년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옛 대한제국공사관 건물 6곳(일본 미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의 현황과 매입 가능성을 조사하는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연구 결과 이미 실거주자가 있는 이 건물을 매입하긴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에 문화재청은 지난해부터 이 건물을 관리하는 영국 피보디사와 협의한 끝에 대한제국의 역사를 기념하는 영문 동판을 설치했다. 이제 이 거리를 지나는 누구나 이 건물에서 대한제국의 ‘자주 외교 활동’이 펼쳐졌음을 알 수 있게 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