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별세 故백낙삼씨 운영 예식장
고인의 부인-아들이 유지 이어받아
韓, 26년만에 ‘늦은 결혼식’ 부부 주례
“신랑 신부님, 웃으세요. 김치! 참치! 꽁치!”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에 있는 ‘신신예식장’. 기념사진 촬영 중 쑥스러운 듯 다소 경직된 신랑 신부를 바라보던 한덕수 국무총리가 환하게 웃으며 이같이 말했다. 사실 이 구호의 원조는 고(故) 백낙삼 씨다. 청년 시절 10년 넘게 사진사로 일한 백 씨는 1967년 3층 건물을 매입해 신신예식장을 차렸다. 이후 55년간 무료로 예식장을 운영하며 형편이 어려운 부부 1만4000여 쌍의 결혼식을 지원한 그는 4월 지병으로 별세했다.
한 총리는 이날 ‘깜짝 주례’를 위해 신신예식장을 찾았다. 26년간 함께 살다 이번에 작은 결혼식을 하게 된 부부의 결혼식이었다. 한 총리는 주례 후 페이스북에 “혹시나 부담을 느끼실까 봐 부부와 가족에게는 미리 알리지 않았다”면서 “예식 전 도착해 ‘오늘 주례를 맡게 됐다’고 인사드렸더니, 부부는 물론이고 따님과 아드님, 시누이 부부까지 온 가족이 깜짝 놀라며 좋아하셨다”고 했다. 주례사에선 “서로 의지하며 희끗희끗한 머리가 마저 파뿌리 되도록 해로하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 총리는 “고인이 떠나신 뒤 부인과 아드님이 고인의 유지를 이어가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시간이 나면 작은 힘이라도 꼭 보태고 싶다고 생각했다. 성탄절 이브인 오늘, 인연이 닿았다”고 전했다.
백남문 신신예식장 대표(55)는 통화에서 “총리께서 직접 내려오셔서 큰 힘이 됐다”며 “선친께서 100년을 이어 가시려고 한 뜻을 이어서 꾸준히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결혼한 부부도 “정말 깜짝 놀랐다. 평생 잊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됐다”며 감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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