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일자로 퇴임하는 안철상 대법관(66·사법연수원 15기)과 민유숙 대법관(58·18기)이 29일 퇴임식을 갖고 6년 임기를 마치는 소회를 밝혔다. 안 대법관은 ‘법관의 중립성’을, 민 대법관은 ‘사법부의 다양성’을 각각 강조했다.
안 대법관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사법부의 판단은 최종적인 것으로서 분쟁을 종식시키는 것이 되어야 마땅함에도 우리 사회의 대립과 반목이 심화되면서 사법부의 판단이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할 때도 있다”며 “법관은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보편타당하고 공정한 판단을 해야 하고, 주관적 가치관이 지나치게 재판에 투영되는 것을 늘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안 대법관이 밝힌 내용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일부 법관이 과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정치적 견해를 담은 글을 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판결의 중립성’을 의심받는 사례가 나왔던 점을 지적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박병곤 판사는 8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후 과거 SNS에 박 판사가 올린 정치편향적 글을 놓고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최선임 대법관인 안 대법관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퇴임한 9월 25일부터 조희대 대법원장이 임명된 이달 8일까지 75일 동안 공백 상태였던 대법원장 권한대행을 맡아왔다.
민 대법관은 향후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강조했다. 그는 “6년 전 여성 법관으로서의 정체성으로 대법관 직무를 시작한 이래 젠더 이슈를 비롯해 사회적 약자에 관한 사건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했다”며 “후임 대법관을 포함해 앞으로 성별과 나이, 경력에서 다양한 삶의 환경과 궤적을 가진 대법관들이 시대의 흐름을 판결에 반영하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로 더욱 확고하게 자리 잡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두 대법관이 내년 1월 1일자로 퇴임하지만 대법원장 임명 지연으로 후임 대법관 인선 절차가 늦어지면서 당분간 대법관 2명의 공석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법원은 내년 1월 초 국민천거를 받은 후보 대상자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조속히 임명제청 절차를 마치겠다는 방침이다. 안 대법관은 보수, 민 대법관은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만큼 후임 대법관 2명도 중도·보수 성향으로 임명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또한 조 대법원장은 후임 2명 중 최소 1명을 여성으로 임명제청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 대법관이 퇴임하면서 여성 대법관은 노정희 오경미 대법관 등 2명만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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