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기증관 새단장
5월까지 특별 공개… 총 1671점 전시
OLED 패널에 배경영상도 띄워
내달부터는 AI로봇이 전시 설명
외딴 토담집 한 채를 둘러싼 소나무와 잣나무 네 그루. 화려한 배경도 고운 색깔도 없는 메마른 붓질에서 겨울의 쓸쓸함이 느껴진다.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가 제주 유배지에서 1844년에 그린 국보 ‘세한도(歲寒圖)’다. 자신에게 매년 책을 보내준 제자 이상적(1804∼1865)의 곧은 인품을 소나무에 빗대 그렸다. 힘찬 가지와 독야청청한 솔잎은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가리라는 강한 의지로 다가온다. 세한도를 감상한 청나라 문인 조무견(?∼1853)은 “푸르름이 동심(冬心)을 품고 꿋꿋이 서리와 눈에 굽히지 않네”라는 감상평을 남겼다.
2020년 미술품 소장가 손창근 씨가 기증한 세한도를 국립중앙박물관이 기증관 재개관을 기념해 11일 특별 공개했다. 기증 직후인 2020∼2021년에 개최한 기획전 이후 3년 만의 공개다.
이번 기념전에는 윤동한 한국콜마홀딩스 회장이 일본에서 사들여 2016년 기증한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도 선보인다. 달 뜬 밤, 연못가에 앉은 관음보살이 선재동자의 방문을 받는 장면을 금니(金泥)로 비단 위에 그린 불화다. 관세음보살이 걸친 법의(法衣)와 사라(紗羅·얇은 비단)에 새겨진 섬세한 무늬가 눈길을 끈다. 고려시대 그린 수월관음도는 국내외를 통틀어 40여 점에 불과할 정도로 귀하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새 단장을 마친 기증관에는 세한도, 수월관음도 외에도 ‘분청사기 상감 연꽃 넝쿨무늬 병’ ‘이항복필 천자문’ 등 총 1671점의 문화유산이 전시됐다. 앞서 박물관은 2022년부터 2년에 걸쳐 기증관 개편 사업을 진행했다. 2005년 서울 용산으로 박물관을 옮긴 뒤 기증관을 개편하는 것은 처음이다. 김혜경 세계문화부 학예연구관은 “이곳에 기증된 문화유산들은 기증자가 조건 없이 국민들에게 내줬다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활용해 전시품을 배경 영상과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다음 달부터는 인공지능 전시 안내 로봇 ‘큐아이’가 전시 구성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세한도와 수월관음도는 5월 5일까지만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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