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환우 5명, 편견 없애려 도전
30층 계단 하루 5번씩 오르며 훈련
6일간 베이스캠프까지 등반 성공
“출생후 치료 받으면 일상생활 가능”
“드디어 ‘세계의 지붕’에 왔습니다. 우리는 그 누구와도 다르지 않습니다.”
9일 네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해발 4130m에서 7000, 8000m급 봉우리를 올려다보던 ‘2024 세상을 바꾸는 히말라야 원정대’ 대원 14명은 너나없이 환호성을 질렀다. 원정대에는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환자 5명과 보호자, 의료진 등이 포함됐다.
선천성 심장병은 임신 초기 엄마 배 속에서 태아의 심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이상이 생겨 발병한다. 출산 뒤 치료를 잘 마치면 생활에 문제가 없지만 어른이 되고 취업할 때 ‘일을 시키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 탓에 출산을 포기하는 부모도 일부 있다.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는 선천성 심장병 환자들을 둘러싼 사회적 편견을 깨기 위해 원정대를 꾸렸다. 선천성 심장병을 앓는 아이들도 ‘세계의 지붕’에 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지난해 30회 이상 등반 훈련을 했다. 무거운 캠핑 장비를 지고 이동해 혹한 속에서 야영도 했다. 30층 높이 아파트를 계단으로 하루 5차례씩 오른 적도 있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 누구와도 다르지 않다”는 말을 주문처럼 되풀이했다.
12∼22세 선천성 심장병 환자들이 포함된 원정대는 국내 훈련을 마친 후 이달 초 네팔로 향했다. 이들은 고산증(몸속에 산소가 부족해지면서 나타나는 이상 증세)을 예방하기 위해 해발 2000m 울레리 지역부터 서서히 고도를 높이는 전략을 짰다. 그리고 등반 시작 6일 만인 이달 9일 히말라야산맥에 있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에 도착했다. 낙오자는 한 명도 없었다.
원정대는 하산한 후 12일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 있는 샤히드 강갈랄 국립심장센터를 방문해 심장 수술에 필요한 니들(바늘) 홀더 등 의료 기기를 기증했다. 환자와 보호자들이 자발적인 모금 활동을 벌여 마련한 것들이다.
원정대원 함우진 군(13)은 “우리를 보며 심장병을 가진 아이들과 부모님이 힘을 내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원정대장을 맡은 김웅한 서울대어린이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처음에는 원정대원들 스스로도 ‘과연 가능할까?’ 되묻곤 했던 일을 결국 이뤄낸 것이라 장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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