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고이즈미-김정일 회동 주역
日 고위외교관 출신 다나카 고문
“北,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 내걸어
기시다 방북시 얻게될 성과 따져야”
“북한이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의도대로 하는 말은 진지하게 다루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일본이 의지하는 국제 관계는 한미일 제휴, 미일 동맹입니다.”
다나카 히토시(田中均·사진) 일본총합연구소 국제전략연구소 특별고문(77)이 21일 도쿄에서 진행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잇따라 일본을 향해 띄운 유화 메시지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일본 고위 외교관 출신인 다나카 고문은 일본 내 북한 문제 전문가로 꼽힌다. 일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 외무심의관 등을 역임한 그는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당시 총리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북-일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 중 하나다. 제3국에서 ‘미스터 X’로 불리는 북 국가보위성 간부와 수십 차례 비밀 교섭을 한 경험도 있다.
다나카 고문은 15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북한 핵·미사일 개발이나 일본인 납치 문제를 거론하지 않으면 관계 개선이 가능하다’는 뜻을 밝힌 것에 대해 “일본에는 미국과 한국이 정말 중요하다. 북한을 기쁘게 하기 위해 정상회담을 한다는 건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상대(일본)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내걸고 (대화를) 하자는 건 의미가 없다”며 “그런 걸 건드리지 않고 정상회담을 하는 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나카 고문은 2000년대 초반 북한과 교섭한 경험을 떠올리며 “가장 중요한 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방북했을 때 구체적 성과로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라고 했다. 그는 “북한은 통치 조직의 역학 관계를 알 수 없는 나라”라며 “정상과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렇기에) 기대 성과가 충분치 않으면 정상회담을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최근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선 “한미일 안보 협력이 강해지는 상황에 대한 초조함”이라면서도 “그렇더라도 (북한과의) 대화 통로를 닫아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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