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가대항 농심배 4연속 우승
신, 홀로 남아 中 5명-日 1명 다 꺾어
‘이창호 상하이대첩’ 연승기록 경신
바둑계 “AI급 수 구사… 신공지능”
한국 바둑 랭킹 1위인 신진서 9단(24)이 한중일 국가 단체대항전인 농심신라면배에서 신기록을 세우며 한국팀의 4년 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이번까지 16연승을 기록해 이창호 9단이 2005년 수립한 종전 최다연승(14연승)을 넘어섰다.
신 9단은 23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제25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3라운드 최종 14국에서 중국의 마지막 주자 구쯔하오 9단(26)에게 249수 만에 불계승했다. 신 9단은 “큰 판을 이겨서 뿌듯하다. 첫판을 둘 때만 해도 먼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6연승까지 하게 돼 영광”이라며 “대국할 때 우승을 생각하면 안 되는데 아른거리다 보니 나중엔 좋지 못한 바둑을 둔 것 같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정신을 바싹 차리고 둬서 이길 수 있었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번 대회는 신 9단의 ‘원맨쇼’였다. 한국팀 설현준 8단과 변상일·원성진·박정환 9단은 1승도 거두지 못하고 모두 탈락했다. 하지만 신 9단이 2라운드에 투입돼 중국팀 셰얼하오(26) 9단을 물리쳤다. 이어 3라운드에서 일본 선수 1명, 중국 선수 3명을 연달아 물리쳐 승부를 최종국으로 몰고 갔다.
이날 열린 경기에서 신 9단은 구쯔하오 9단을 중반부터 조금씩 앞서기 시작했다. 한때 신 9단이 실수를 저질러 위기에 처했지만 뒷심을 발휘했다. 복잡한 패싸움을 걸어 우상귀 백돌을 잡아 반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이어 구쯔하오가 서둘러 패를 잇는 실착을 범하면서 재역전에 성공했다. 구쯔하오는 패색이 짙어지자 결국 항복했다.
신 9단은 이번 경기에서 ‘끝내기 6연승’으로 우승했다. 이는 농심신라면배 25년 역사에서 처음이다. 2005년 제6회 농심신라면배에서 이창호 9단이 5연승을 거두며 우승한 ‘상하이 대첩’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다. 한국팀의 우승 상금 5억 원과는 별도로 신 9단은 4000만 원을 받는다. 농심배에선 3연승한 선수에게 1000만 원을 주고 1승마다 1000만 원을 추가 지급하기 때문이다.
신 9단은 이번 대회로 명실상부한 ‘바둑 황제’에 올랐다. 20세였던 2020년 LG배 우승을 시작으로 2021년 춘란배, 2022년 LG배 및 삼성화재배에서 우승하며 메이저 세계대회를 제패했다. 바둑계에선 신 9단이 인공지능(AI)에 근접한 수를 구사한다고 해 ‘신공지능’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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