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 아이부터 90세 노인까지 ‘1000원 학식’ 기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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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기부자 초청 ‘아너월’ 행사
“두 달 용돈 모아” “굶는 학생 없게”

1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학생회관에서 열린 ‘아너
월(Wall of Honor)’ 행사에서 유홍림 서울대 총장(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과 ‘1000원 학식’ 기부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시스
1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학생회관에서 열린 ‘아너 월(Wall of Honor)’ 행사에서 유홍림 서울대 총장(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과 ‘1000원 학식’ 기부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시스
“포켓몬 카드도 사고 싶었는데, 배고픈 형·누나들한테 도움 주고 싶어서요.”

13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학생회관에서 만난 홍유준 군(8)은 손가락 5개를 펼쳐 보이며 웃었다. 서울대 학생들이 이용하는 ‘1000원 학식’ 운영에 보탬이 되고 싶다며 5만 원을 기부했다는 의미다. 홍 군의 1주일 용돈은 1만 원으로 2개월 넘게 용돈을 모았다고 한다. 홍 군은 “왕지우개 등 사고 싶은 게 많았다”면서도 “어머니가 나온 학교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이날 오전 학생회관에서 ‘1000원 학식’에 기부금을 낸 이들을 위해 ‘아너월(Wall of Honor)’ 행사를 마련했다. 행사에는 동문, 교직원, 학부모 등 33명의 기부자가 참석했다. 서울대는 2015년부터 9년 넘게 1000원 학식 사업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최근 고물가의 여파로 각 대학의 ‘1000원 학식’은 운영 중단 위기를 겪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해 9월부터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기부금’을 모으고 있는데, 기부한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행사를 마련한 것이다.

기부자 중에는 후배들의 끼니를 걱정하는 고령의 동문이 적지 않았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최고령 기부자인 서울대 동문 김인수 씨(90)는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며 “굶는 학생들이 생기지 않도록 죽을 때까지 기부할 것”이라고 했다.

재학 중인 자녀의 아침을 걱정하는 부모들도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았다. 서울대 대학원생 아들을 둔 이경희 씨(68)는 100만 원을 기부했다. 이 씨는 “가족 모두가 서울대와 연이 있다”며 “학생들이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대 재학 중인 딸을 둔 이주혁 씨(51)도 “어떻게 하면 딸아이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까 고민하다가 기부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기부액은 약 4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준환 서울대발전재단 상임이사는 “(1인당 기부액을) 가장 낮은 1000원으로 했는데, 서로 기부하는 모습이 좋다”며 “학생들이 수혜자임에도 불구하고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의미 있다”고 말했다.

#학식#기부#아너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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