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 벌때 느끼는 기쁨보다
잃을때 상심 더 큰게 인간 본성”
비합리적 의사결정 증명해 큰 반향
고전 경제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비합리적 의사결정 행태를 연구하는 학문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의 창시자로 꼽히는 대니얼 카너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27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90세. 심리학자인 그는 비(非)경제학자 출신으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2011년 출간된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원제 Thinking, Fast and Slow)’ 역시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카너먼 교수는 기존 경제학과 심리학이 신봉한 ‘호모 이코노미쿠스’, 즉 인간은 항상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존재라는 명제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즉 인간이 합리적 존재라면 1달러를 벌었을 때 느끼는 기쁨과 1달러를 잃었을 때 느끼는 괴로움이 똑같아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잃었을 때 훨씬 큰 괴로움을 느끼고 이로 인해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처럼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손실 회피(loss aversion)’, ‘휴리스틱(heuristic)’ 같은 행동경제학의 주요 개념은 인간이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비합리적인 존재임을 증명하는 근거로 널리 쓰이고 있다.
이런 내용을 담아 1979년 그가 발표한 ‘전망 이론’은 학계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사회 전반을 크게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겸 또 다른 행동경제학계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 리처드 세일러 시카고대 교수는 카너먼의 연구 성과를 두고 “지구가 둥글다는 발견에 견줄 만하다”고 극찬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각국 정부의 정책 평가, 질병 진단 방식, 야구계의 선수 모집 방식 등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고 동조했다.
카너먼 교수는 1934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리투아니아계 유대인 이민자의 후손으로 태어났다. 유년 시절 프랑스 파리에 거주했고 당시 나치 독일의 유대계 탄압을 피해 생활하며 인간 심리에 관심을 가졌다. 이스라엘 히브리대,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심리학을 공부했고 1993년부터 프린스턴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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