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와 대학총장, 대법원 양형위원장을 두루 거친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사진)이 12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4세.
정 전 장관은 1940년 7월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경북고,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제2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69년부터 1993년 4월까지 검사로 재직하며 대검 중앙수사1·2과장, 대검 중수부장 등 검찰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수분지성(守分至誠·분수를 지키려 노력한다)’을 신조로 삼아 검찰을 떠난 뒤 변호사 개업 대신 학계에 몸담았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일본 게이오대 객원 교수를 거쳐 1995년 국민대 법대 교수로 임용돼 1999년 한국형사법학회 회장 등을 지냈고 2000년 국민대 총장에 선임됐다. 주변에 알리지 않고 기부를 아끼지 않는 등 법조계와 학계의 신망이 두터워 ‘법조 선비’로 통했다.
고인은 2019년 8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당시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후임으로 거론되자 “교수 출신이 검찰을 지휘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고생길이 훤한데, 굳이 장관은 안 했으면 한다”고 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독대하며 검찰의 수사권 지휘 문제와 반부패 업무 등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한 뒤 초대 부패방지위원장에 올랐다. 이어 2007년 9월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2017∼2019년에는 제6기 대법원 양형위원장을 맡았다.
고인은 홍조근정훈장과 청조근정훈장, 한국법률문화상을 받았고, 제19회 자랑스러운 서울법대인으로 선정됐다. 동아일보 독자인권위원장과 독자위원장을 역임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서신덕 여사와 아들 재훈 승훈 씨, 딸 주현 씨, 사위 이원종 씨, 며느리 남궁효 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은 14일 오전 11시 20분이며 장지는 천안공원묘원. 02-3010-200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