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독자 200명과 화상간담회
“내 작품 그리 재미있진 않지만
운율 가진 글 자체가 내겐 음악”
“책을 읽고 싶지 않으면 꼭 읽어야 할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모든 위대한 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삶을 조금 새로운 방식으로 보게 되고 또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65)는 2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교보빌딩에서 한국 독자들과 화상 간담회를 가지며 이렇게 말했다.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인 이날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책을 읽으면 삶을 좀 더 강력한 방식으로 느끼게 될 겁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만남은 대산문화재단, 교보문고, 주한노르웨이대사관이 공동 개최한 ‘2024 낭독공감―욘 포세를 읽다’ 행사의 일부였다. 독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회를 맡은 정여울 문학평론가가 독자들의 질문을 대신 전달하고, 포세는 약 1시간 동안 답변을 이어갔다.
1959년 노르웨이 해안도시 헤우게순에서 태어난 포세는 1983년 장편소설 ‘레드, 블랙’으로 등단했다. 고독하고 황량한 피오르를 배경으로 평범한 어부가 태어나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낸 장편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2000년·문학동네) 등 죽음을 주로 다뤘다. 그는 “죽음은 사실 모두에게 똑같은 의미다. 죽음 이후는 알지 못하지만 확실한 건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이라며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희곡, 소설, 시, 에세이, 동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많은 작품을 써왔다. 그가 쓴 희곡이 세계 무대에 900회 이상 올라 ‘인형의 집’을 쓴 헨리크 입센(1828∼1906) 다음으로 많은 작품이 상연된 노르웨이 극작가로 꼽힌다. 그는 “처음엔 생계를 위해 희곡을 썼지만, 장르를 넘나드는 것이 작가의 삶을 오히려 수월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며 “희곡을 쓸 때 소설과 시 작업에서 배운 것을 적용할 수 있다. 이를 다 합쳐 새로운 언어를 탄생시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독특한 운율을 지닌 문장을 쓰는 이유를 묻자 그는 “글 자체가 내게는 음악”이라고 답했다.
정 평론가가 “당신의 문학에서 깊은 위안을 얻는다”고 전하자, 그는 어린아이처럼 활짝 웃으며 답했다. “제 작품들이 그리 재미있는 책은 아닌 거 같습니다. 하지만 (제 책이) 위안을 줄 수 있다니 정말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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