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前 투신 실종자 수색중 순직
순찰정 바꾸며 ‘유재국호’ 이름 붙여
아내 “숨진 남편 기억해주셔서 감사”
지난해 영예로운 제복상 수상
“여보, 나 왔어요. 오늘 이현이 네 번째 생일이야. 잘 지내고 있지?”
지난달 23일 서울 마포구 망원센터 계류장. 한강경찰대의 신형 순찰정 105호가 물살을 가르며 첫 출항에 나서자 이꽃님 씨(37)가 순찰정 위에서 한강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남편인 고 유재국 경위(사진)가 가족의 곁을 떠난 뒤 처음으로 찾은 한강이었다. 이 씨는 아들 유이현 군(4)의 손을 꼭 잡았다.
유 경위의 배우자 이 씨에게 이날은 아들의 생일이기도 했지만 남편이 다시 태어난 날이기도 했다. 올 3월 서울시가 한강경찰대의 노후 순찰정 2정을 신형으로 교체하면서 순찰정 1정을 유 경위의 이름을 따와 ‘유재국호’로 정하고 명명식을 열었다. 유 경위는 지난해 제11회 영예로운 제복상 위민경찰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강경찰대 대원이었던 유 경위는 2020년 2월 가양대교 인근에서 한강에 투신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세상을 떠났다. 사고 당시 유 경위는 산소통에 30분 정도의 산소가 남은 것을 확인하고 “한 번만 더 찾아보자”며 물속으로 몸을 던졌지만 교각 돌 틈에 몸이 끼이며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번에 신형으로 교체된 순찰정 105, 106호는 약 16년간 사용해 한강경찰대가 보유한 순찰정 총 7정 중 가장 오래됐다. 유재국호는 유 경위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신형 순찰정 105호에 이름 붙여졌다. 이날 명명식에서 서울경찰청 관계자들이 줄을 당겨 선박을 덮은 천을 제거하자 유재국호라고 적힌 금색 동판이 빛을 받아 반짝였다.
이 씨는 “동판을 보면 눈물이 날 것 같아 차마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라면서도 “남편의 이름을 딴 순찰정을 만들고 기억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첫 수상 순찰에 나선 유재국호에서는 아들 유 군의 생일파티도 열렸다. 유 군은 유 경위 사고 당시 임신 중이던 이 씨가 충격으로 예정보다 4개월 일찍 출산하면서 뇌성마비를 앓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들이 준비한 케이크를 먹던 유 군은 “아빠가 일했던 곳”이라는 설명을 듣고 배 위에서 환하게 웃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해 4월 한강경찰대 간담회에서 대원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한강경찰대 대원들이 시민의 안전을 위해 목숨을 걸고 임무 수행에 나서고 있는 만큼 노후 순찰정 교체를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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