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을 앞두고 뇌사 상태에 빠졌던 50대 교감이 장기 기증으로 4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이영주 전북 무주고 교감(57)이 11일 전북 익산시 원광대병원에서 심장과 간, 양쪽 신장을 4명에게 기증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교감은 또 피부, 뼈, 연골 등 신체 조직도 100여 명에게 기증했다.
35년 동안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근무했던 이 교감은 올해 교장 승진을 앞두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는 7일 승진 연수를 받으러 짐을 챙기던 중 자택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이 교감이 “세상을 떠날 때 장기를 기증해 다른 사람을 살리고 싶다” “장기 기증을 못 한다면 시신이라도 기증해 의학 인재 양성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한 걸 기억하고 장기 기증에 동의했다.
무주고는 이 교감의 장례가 시작된 11일 온라인에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동료 교사와 학생들은 저마다 추억이 담긴 사진을 올리며 고인을 기렸다. 한 제자는 “찾아갈 때마다 매번 밥을 사주시던 선생님, 이번 스승의 날에는 제가 대접하고 싶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무주고 강당에도 추모 공간이 마련됐는데 영결식 때는 제자들이 학교 강당을 메운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에서 이 교감의 별명은 ‘세인트(성인) 리’로 통했다고 한다. 20년 넘게 어려운 이웃에게 후원을 했고, 생활이 어렵거나 학교 생활에 적응을 못 하는 학생들에게 마음을 많이 쓰던 성품 때문이었다. 아들 겨레 씨는 “타인을 위해 헌신하고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아버지를 기억하고 본받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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