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 40년 근무 터크먼
2007년 금융위기 낙담 사진 유명
“아마도 죽어야 뉴욕거래소 떠날것
포모-유행 휘둘리지말고 공부해야”
“사진 한 번 찍을 수 있을까요?”
지난달 찾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낯익은 얼굴이 나타나자 객장을 찾은 개장 행사 참석자들이 일제히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는 외모 때문에 ‘월가의 아인슈타인’으로 불리는 40년 트레이더 피터 터크먼 씨(67)다. 주가 등락에 따른 ‘오늘의 월가’ 분위기를 표정에 고스란히 담아내 전 세계 언론에 사진이 가장 많이 실린 월가 인사로 꼽힌다.
터크먼 씨는 13일(현지 시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물가 걱정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는 “이번 주 미 소비자물가(CPI)가 실망스럽게 나오면 금리 인상 가능성이 되살아날 수 있다”면서도 “직감으론 지표만 좋으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한두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전쟁을 다이어트와 비교하며 “목표 물가 상승률을 앞두고 마지막 1%포인트 떨어뜨리는 게 매우 힘든 과정”이라고 내다봤다.
터크먼 씨가 월가에 입문한 것은 28세였던 1985년이다. 거래소에 컴퓨터가 없던 시절, 고함치며 주식을 거래하던 트레이더 사이에서 전보를 작성하는 ‘텔레타이피스트’였다. 그는 “처음 발을 디딘 순간 거래소의 아드레날린을 느꼈다. 이곳이 내가 있어야 할 곳임을 알았다”면서 “지금도 좋아하는 일이다. 아마도 죽어야 NYSE를 떠날 것”이라며 웃었다.
40년 동안 숱한 시장의 위기도 봐 왔다. 그는 “내가 겪은 진짜 위기는 4차례였다”면서 “1987년 블랙 먼데이, 2000년 닷컴 버블, 2007년 금융위기, 그리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고 말했다. 1987년 10월 19일, 다우지수가 하루에 22.9% 폭락했던 그날, 트레이더를 돕는 직원이었던 그는 “많은 회사가 하루에 파산했다”고 회상했다.
터크먼 씨가 ‘월가의 얼굴’이 된 것은 2007년 금융위기 무렵이었다. 당시 증시 폭락에 낙담한 그의 얼굴이 한 언론에 실렸고, 이후 급등락이 있을 때마다 외신들은 그의 표정을 담기 위해 몰려들었다. 그는 “얼굴이 알려진 덕에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한국의 젊은 투자자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팬데믹에 풀린 돈과 로빈후드와 같은 주식거래 테크놀로지의 등장은 4000만, 5000만 투자자에게 보낸 ‘증시 파티’ 초대장이었다”며 “문제는 파티의 룰을 모르고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나 유행(hype)에 휘둘리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공부를 해야 한다”고 했다. ‘상승장에서 나만 낙오될지 모른다’는 심리에 휩싸여 투자하지 말라는 조언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