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北인권운동’ 오가와 도쿄대 교수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 알리는게
북한 사회변화 일으키는 원동력
文정부 친북성향에 시간만 낭비”
“지금 북한 내부에서 김정은 체제에 반항하는 크고 작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 소중한 시간을 놓쳐서는 안 된다.”
오가와 하루히사(小川晴久·84) 도쿄대 명예교수는 21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가와 교수는 30년간 북한 인권 운동에 헌신해 일본에서 ‘북한 인권 운동의 시조’로 평가받는다. 그는 북한 인권단체 물망초(이사장 박선영)가 선정한 제3회 ‘물망초인(人)’으로 선정돼 이날 방한했다.
오가와 교수는 최근 북한 당국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는 등 북한 주민들을 옥죄고 있지만 한국 문화 유입 등으로 젊은 세대의 인식이 변하고 있는 현 상황에 주목했다. 그는 “한국은 계속 자유민주주의의 발전을 북한 사회에 알리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면서 “이는 북한의 변화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오가와 교수는 “북한 당국은 아직도 정치범수용소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놀라운 거짓말”이라며 “정치범수용소는 여전히 노예 노동의 생산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갔던 한 일본인이 정신 이상으로 수용소에서 나온 지 한 달 만에 사망한 사례를 언급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오가와 교수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두고 “과거 민주화운동에 성공한 세력이 북한 인권 유린 상황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는 상황이 안타까웠다”고 평가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친북 성향 때문에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소중한 시간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지체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2002년 ‘북한 정치범수용소 해체 운동본부’라는 한국 단체가 창설됐다가 당시 정부가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북한 민주화 운동본부’로 명칭을 변경시킨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1960년대 초 마르크스레닌주의에 매료돼 재일 한국인 북송을 지지하는 모임에 빠짐없이 참석했던 도쿄대 학생이었다. 1993년 8월 정치범수용소가 북한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 1994년 일본에서 ‘북조선 귀국자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모임’을 만들었다. 1996년 한국 최초의 북한 인권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창립되기 2년 전이다. 2008년엔 북한 정치범수용소 폐지를 주장하는 단체 ‘No Fence’를 창설해 지금까지 대표를 맡으면서 강연회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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