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대 연구팀 “네이처에 논문 등재”
4개월이면 세포수 100억배로 늘려
난임-유전병 치료 등 연구 도움 기대
인간의 줄기세포에서 배양해 정자와 난자가 되기 전 단계의 세포를 대량으로 만들 수 있는 의학기술이 일본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연구가 더 진척되면 줄기세포로 정자와 난자를 만들어 난임이나 유전병 치료 등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본 교토대 고등연구원의 사이토 미치노리(斎藤通紀·53·세포생물학) 교수 연구팀은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이 국제학술지 ‘네이처’ 온라인판에 실렸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인간의 유도만능줄기세포(iPS)에서 만들어진 ‘시원생식세포’에 특정 단백질을 첨가해 배양하면 6∼10주 뒤에 정자 및 난자가 되기 전 단계 중 하나인 ‘전정원세포’와 ‘난원세포’로 대량 분화시킬 수 있다. 4개월 정도 배양하면 세포 수는 100억 배 이상 늘어난다고 한다.
정자 및 난자가 되는 세포들을 대량으로 만들 수 있으면 관련 실험 및 연구도 용이해질 수 있다. 사이토 교수는 “인간 생식세포 발생 과정을 시험관으로 재현하는 연구에서 매우 큰 한 걸음”이라며 “다양한 의학 분야에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과학계에선 이번 연구로 정자와 난자가 만들어지는 기초 메커니즘이 규명된다면 난임이나 유전병 등의 치료법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현재는 정자와 난자가 되기 전 세포를 배양하는 건 가능하지만, 정자와 난자로 변하는 과정은 아직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 이제 대량 배양 및 분화 기술이 나온 만큼, 몇몇 기술적 문제만 해결되면 줄기세포에서 정자와 난자를 만드는 것도 곧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일본 내각부 산하 생명윤리전문조사회는 줄기세포로 만드는 정자와 난자 연구를 어디까지 인정할지를 논의하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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