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화장한채 전봇대 오르고
긴 머리 휘날리며 용접 작업 등
블루칼라 게시물, 인기 트렌드로
성 영역 파괴-취업난 등 반영한듯
틱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서 220만 명의 추종자를 보유한 미국 뉴욕의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렉시 아브레우 씨(27). 그는 전봇대에 올라가 전신주를 손보거나 지하에서 전기 패널을 고치는 영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긴 속눈썹을 붙이고 짙은 화장을 한 20대 백인 여성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능숙하게 전동 드릴을 다루는 모습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다.
아브레우 씨는 원래 대학 학부에서 의사가 되기 위한 예비과정(Pre-Med)을 밟고 있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다고 느껴 할아버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전기공이 되기로 했다. 2년 전 우연히 자신의 작업 영상을 올렸다가 큰 호응을 얻자 고정적으로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또 다른 백인 여성 클로이 허드슨 씨(31) 역시 화려한 속눈썹을 붙인 상태에서 긴 머리를 휘날리며 용접 작업을 하는 영상으로 인기다. 그는 “남성들이 지배하는 업계에서도 여성들이 활약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 여성을 포함해 미국 Z세대 사이에서 최근 ‘블루칼라’(생산직 기술노동자) 관련 게시물이 인기 트렌드로 자리잡았다고 9일(현지 시간) 전했다. 젊은 세대에게는 전신주 보수, 용접 등이 낯설고 신기한 일로 여겨지는 데다 남성이 주로 활동해 온 분야에서 젊은 여성이 활약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WSJ에 따르면 틱톡에서 ‘#블루칼라’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최근 4개월 동안에만 50만 개 등장했다. 한 해 전보다 64% 늘었다. ‘#전기공’ ‘#건설노동’ ‘#기계공’ 같은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물 또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과거에는 젊은이들이 선호하지 않았던 블루칼라 직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여기에 몇몇 관련 인플루언서가 유명해지고 많은 돈까지 벌자 해당 분야의 취업 수요가 커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직업훈련에 초점을 맞춘 커뮤니티칼리지에 등록한 미국의 젊은이들은 약 70만 명. 한 해 전보다 11만2000명 늘었고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18년 이후 최고치라고 WSJ는 진단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