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초교 교사 출신 가토 다카에씨
‘겨울연가’ 보고 한국어 공부 시작
5년前 자신이 쓴 시집 한글로 출간
“한일, 파도처럼 가까웠다 멀어져”
한국어를 배우는 즐거움을 일본 전통시 ‘단가(短歌)’로 표현하고 이를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시집이 일본에서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본 아키타현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지낸 단가 시인 가토 다카에(加藤隆枝·61) 씨의 작품이다.
“이웃 나라인데도 부끄러울 정도로 한국에 대해 몰랐어요. 2003년 드라마 ‘겨울연가’를 보고 ‘저렇게 멋진 사람들이 쓰는 말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에 공부를 시작했죠.”
한국과 아무 인연이 없던 일본의 시골 초등학교 교사는 이렇게 한국, 한국어와 사랑에 빠졌다. 처음에는 NHK 한국어 강좌를 통해 독학으로 공부했고, 이후에는 지역 문화센터에서 한국인 강사에게 매주 한 번씩 한국어를 익혔다.
이달 나온 시집 ‘한글의 숲’은 2019년 가토 씨가 출간한 같은 제목의 단가집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일본어 단가 원문과 한국어로 번역한 한글 시가 나란히 실렸다.
한국어를 배우면서 알게 된 일제강점기 아픈 역사도 외면하지 않았다. ‘서울 서대문형무소 흔적을 돌아보면서 일본인이라는 게 괴로워지는구나’ ‘깨끗한 걸 좋아하는 일본인, 역사도 물에 흘려보내며 헹궈버렸는지도’ 등 역사 반성에 인색한 부끄러움을 솔직하게 드러낸 시가 눈길을 잡는다.
“남편과 천안 독립기념관을 갔다가 밥을 못 먹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어요. 일본인은 지나간 일로 잊을 수 있겠지만 한국 사람들은 잊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류의 매력에 빠져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가토 씨는 한일 관계 악화를 접하는 심정이 남달랐다. ‘이웃나라는 다가오다 떠나는 파도들처럼 가까이 왔다가는 또 멀어지는구나’에는 한일 양국이 서로에게 삿대질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복잡한 감정이 실렸다.
단가집을 번역한 최장원 아키타 국제교양대 교수는 “한국이 생각하는 일본, 일본이 생각하는 한국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평범한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많은 이들과 공유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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