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너 “한국 친부 찾아 갔지만 별세… 뒤늦게 후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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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인 이산간담회서 밝혀
“나도 한국계 입양인… 이산가족 이해
北가족과 상봉 시급하게 다뤄야”


“저 역시 한국계 입양인이기 때문에 모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이산가족들의) 열망을 이해합니다.”

줄리 터너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사진)가 25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국전쟁의 유산: 한국계 미국인 이산가족의 트라우마’ 간담회에서 말했다. 미국평화연구소(USIP)가 6·25전쟁 74주년을 맞아 개최한 행사다. 터너 특사는 “이산가족들의 사연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며 “미 정부를 대표해 더 빨리, 더 많은 일을 하지 못한 점을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터너 특사는 이날 대학생 시절 친부모를 찾아 한국을 방문했던 경험도 털어놨다. 그는 “한국에 도착했을 때, 서류에 생물학적 아버지로 기재된 분이 불과 몇 달 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걸 알게 됐다”며 “더 일찍 한국에 간다고 결정하지 못한 것, (친부모를 찾으려는) 조사를 더 빨리 하지 못한 것 등이 후회됐다”고 했다.

그는 이런 경험들 때문에 “(가족과의 재회가) 너무 늦어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이해한다”며 “시간은 계속 가고 있고 이산가족 상봉은 시급히 다뤄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또 “북한이 대화에 나선다면 미 정부는 이산가족의 대면·화상 상봉을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한국계 미국인 가족이 북한에 있는 고향을 방문할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터너 특사는 6년간 공석이던 북한인권특사에 지명된 뒤 지난해 5월 미 상원 청문회에서 “한국계 입양인으로서 어린 시절부터 나를 환영해 준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것이 꿈이었다”며 어린 시절 미국에 입양된 사실을 공개했다.

터너 특사가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자, 북한은 지난해 조선인권연구협회 대변인 명의의 담화에서 “출신도 민족도 불투명한 여인”이라며 인신공격성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터너 특사는 이에 대해 14일 미 워싱턴 한인 행사에서 “북한이 보고 듣고 있다는 건 내 업무가 중요하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니 불쾌하지 않고 오히려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터너 특사는 25일 간담회에서 “미국은 북한에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지금 당장 대화할 수 있다고 계속해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북한 정권이 대화에 나설 수 있는 다양한 의제를 제시하길 바란다”고 했다. 최근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해선 “지정학적 문제들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지만, 북한에 요구하는 인권의 기준은 전 세계 모든 나라에 요구하는 기준과 똑같다”고 설명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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