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리 우주항공청 임무본부장
“태양질량 100만배 거대 블랙홀 감지… 10개국 SKAO프로젝트 가입 나서
韓연구자, 폭발적 성장 잠재력… 과학 연구가 경제에도 도움돼야”
5월 개청한 우주항공청이 우주탐사 목표로 ‘블랙홀’을 점찍었다. 22일 경남 사천 우주항공청 임시청사에서 만난 존 리 우주청 임무본부장(68)은 이 같은 계획을 밝히며 “국민들의 지지가 있어야 우주청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국민들이 ‘와∼’ 하고 놀랄 만한 목표를 세우고 성과를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리 본부장이 국내 언론을 만나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태양 질량 100만 배 거대 블랙홀 탐사
리 본부장이 언급한 블랙홀 탐사 계획은 국제 협력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우주청은 영국,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0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평방 배열 거대전파망원경(SKAO)’ 프로젝트 가입 절차를 밟고 있다.
SKAO는 호주와 남아공에 건설 중인 소형 안테나 13만여 개에서 수집되는 전파 데이터를 분석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완공 시 세계에서 가장 크고 성능이 좋은 전파망원경이 된다. 태양 질량의 100만 배 이상인 거대 블랙홀까지 감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차기 노벨상 후보를 배출할 수 있는 거대 과학 장비로 손꼽힌다.
리 본부장은 그동안 한국의 우주 개발이 다소 보수적으로 진행돼 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쫓아가려고 생각하면 안 된다. ‘퀀텀 리프’를 해야 세계 7위 우주 강국에서 5위 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다”고 했다. 블랙홀 탐사 역시 퀀텀 리프할 수 있는 주요 탐사 목표라는 것이다. ● 韓 잠재력, 성장 아닌 폭발에 가까워
50여 년을 미국에서 살았고 NASA와 백악관에서 30년을 일한 리 본부장을 한국으로 이끈 것은 한국 연구자들의 잠재력이었다. 리 본부장은 “2009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NASA에는 ‘한국이 뭘 할 수 있겠냐’는 인식이 팽배했다”면서 “나도 확신이 없었지만 방문한 뒤 생각이 확 달라졌다”고 했다.
그가 찾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는 당시 막 개발한 대형 열진공 체임버가 있었다. 열진공 체임버는 내부를 진공으로 만들어 우주 환경을 모사한 장비다. 위성을 실험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 당시 지름 8m급 이상의 대형 체임버를 소유한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 7개국뿐이었다.
리 본부장은 “10m 크기의 체임버를 한국의 독자 기술로 개발했다는 것을 듣고 너무 놀랐다”며 “그때 한국은 기회만 있으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언탭트 포텐셜(untapped potential·아직 터지지 않은 잠재력)’을 가진 엄청난 나라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한국의 ‘브레인 파워’를 확인한 그는 이후 한국과 교류를 계속 이어왔고 올해 3월 중순 우주청의 영입 전화를 받자 ‘오케이’를 외쳤다.
● 과학 연구가 경제에도 도움돼야
최근 우주청 직원들과 ‘피자 런치’를 기획하기도 한 리 본부장은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리 본부장은 매일 오전 연구자들이 일하는 3층부터 자신의 집무실이 있는 9층까지 돌며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다.
직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리 본부장이 항상 강조하는 점은 연구의 경제적 파급력이다. 리 본부장은 “경제에도 도움을 줘야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사무실 화이트보드에는 글로벌 우주경제 규모가 크게 쓰여 있었다. ‘2040년 27조 달러(약 3경 원).’ 우주청은 앞서 2045년까지 우주 경제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리 본부장은 “통신, 반도체, 원자력, 제조업 등 한국이 강한 산업을 우주와 융합한다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퀀텀 리프(Quantum leap)
양자역학에서 유래한 말로 천천히 상태가 변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계단처럼 수준이 한 번에 도약하는 것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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