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美대통령 식단 책임진 백악관 女셰프 은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1일 03시 00분


여성-非백인 최초… 19년간 주방장
클린턴-부시 등 대통령 5명 거쳐가
“각자 선호하는 피자 끝 두께도 달라”



미국 백악관 최초의 여성 겸 비(非)백인 주방장인 필리핀계 크리스테타 커머퍼드(62·사진)가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은퇴했다. 1995년 주방장 보조로 백악관에 입성한 그는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조 바이든 대통령 등 5명의 대통령 식사를 책임졌다. 특히 2005년부터 올해까지 19년간 주방장을 지내며 1961년 이 직책이 만들어진 후 가장 오래 주방장으로 재직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같은 달 30일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여사는 커머퍼드 주방장의 은퇴 소식을 공개하며 “각종 장벽을 허물었고, 따뜻함과 창의력으로 우리의 (몸과) 영혼을 풍요롭게 했다”고 치하했다.

1962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태어난 커머퍼드 주방장은 23세 때 미국으로 건너왔다. 워싱턴 페어몬트호텔, 시카고 셰러턴호텔 등에서 일했다. 백악관 입성 10년 만인 2005년 8월 경쟁자 450여 명을 제치고 주방장에 발탁됐다. 당시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 여사는 “그가 만든 모든 음식에 그의 열정이 담겨 있다”고 호평했다.

그가 입맛과 정치 성향이 각각 다른 5명의 최고권력자를 모신 비결 또한 흥미롭다. 그는 2014년 CNN 인터뷰에서 “각 대통령의 호불호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떤 채소를 좋아하는지, 피자의 가장자리가 얇은 것과 두꺼운 것 중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 등을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잘 익은 고기, 햄버거 등 전형적인 미국 음식을 선호한 반면에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국적인 요리, 미식가가 선호하는 고급 요리 등을 좋아한 것으로 알려졌다. WP 또한 각기 다른 취향을 가진 대통령 5명으로부터 모두 신뢰를 받았다는 점은 놀라운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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