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라운지]25년 전 오징어 배꾼들의 오디세이…전자책 사진집 ‘묵호’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6일 14시 58분


사진기자 전헌균의 사진집 ‘묵호’가 출간됐다. 전 기자는 1999년부터 2년에 걸쳐 묵호항을 찾아 지금은 보기 힘든 채낚이 오징어잡이 배의 생생한 모습을 담았다.

“1999년 IMF 외환위기, 그 해 나는 35mm 필름 몇 통을 들고 평소에도 자주 가던 강원도 묵호항으로 향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묵호는 내게 무뚝뚝하기 이를 데 없지만, 진득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버지와 같은 곳이었다. 지난한 삶을 억척스럽게 살아내는 그들의 가쁜 숨소리를 느낄 때마다, 나는 알 수 없는 활기같은 것이 생겨나곤 했었다.

뉴스에서는 나라가 곧 망한다고 떠들어대고, 사람들은 불편하고 불안한 얼굴로 하루하루를 살아내던 그때, 내가 굳이 묵호항으로 떠난 이유다.

오징어잡이를 위해 출항 준비하는 ‘방주호’에 올랐다. 모든 오징어 배들이 채낚기 어구를 사용한다. 긴 줄에 낚시를 달아 한마리 한 마리씩 낚아채는 방식이다. 지금은 여간해서 볼 수 없는,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돌리는 수동 채낚기다.

야간 조업을 위해 선원들은 낮부터 준비한다. 이 중에는 청각장애인, 손발이 불편한 이들도 있다.힘들고 고된 현장의 모습은 물론, 삶의 거친 파도를 견뎌내는 배꾼들의 애환, ‘방주호’ 선장의 호탕한 모습까지 생생한 삶의 현장이다.

이제, 활기찼던 항구의 모습은 보기 힘들고, 배들은 발이 묶인 채 부표처럼 떠 있다. 그때 그 시절을 추억하며 사진을 꺼내본다. 여기에 수록된 사진들은 2년여에 걸친 묵호항의 기록이다. 지금은 보기 어려운 귀한 모습들이어서 더욱더 이 사진들이 소중하다.” (‘작가의 말’에서 )
사진집에는 60여 장의 묵호 배꾼들의 이야기가 사진으로 구성돼 있다. 전 기자는 이 당시 촬영한 필름을 하나하나 모두 스캔해 사진을 선별했다. 이준 작가의 ‘오징어 배꾼들의 오디세이’가 사진에 앞서 서문으로 수록됐는데, 사진 못지 않은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한다.

전 기자는 유럽통신사 EPA (european pressphoto agency) 한국 주재 사진기자로 그의 사진집 출간은 이번이 두 번째다. 전자책은 예스24 알라딘 리디북스 교보문고 사이트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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