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렐리우센 OECD 韓 담당관
“韓선 엄마 됐을때 많은 소득 잃게 돼
성별 임금 격차 확대되는 악순환도
고령화 대비 위해 정년 연장해야”
“한국의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이유는 엄마가 되는 기회비용이 비싸기 때문입니다. 할머니가 아이를 봐줄 수 있거나 돌봄 인력을 고용할 만큼 수입이 높지 않은 한 한국에서 일·가정 양립은 불가능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한국 경제 분석을 맡고 있는 욘 파렐리우센 담당관은 지난달 26일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노르웨이 출생인 파렐리우센 담당관은 노르웨이 재무부를 거쳐 2011년부터 OECD 이코노미스트로 일하고 있다. 현재는 수석 이코노미스트로서 한국 경제 분석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달 그는 ‘2024년 한국 경제 보고서’를 펴내며 0.7명대로 떨어진 한국의 합계출산율에 대해 “너무나 극단적인 결과”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엄마가 되는 기회비용’이 한국의 저출생 속도가 유난히 빠른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성이 엄마가 됐을 때 더 많은 소득을 잃게 됐다. 한국의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라며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급격하게 늘었고 한국 여성의 교육 수준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가족들이 과거에 비해 아내의 소득에 더 많이 의존하게 된 것”이라고 짚었다.
‘황금 티켓 신드롬’(상위권 대학 입학 경쟁)을 낳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역시 한국의 출산율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라고 봤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란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간 일자리의 질 격차가 큰 현상을 말한다. 그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로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지고 소득이 줄어드는 것도 출산율 하락의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열악한 직업에 계속 갇혀 있는 사람들은 아이를 가질 재정적 여유가 없고, 고임금 여성들 역시 아이를 낳으면 경력을 위협받는다. 출산으로 직장을 그만두면 열악한 경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현실 때문에 한국에서 성별 임금 격차가 확대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파렐리우센 담당관은 “객관적인 요인으로 설명할 수 없는 성별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고용주가 여성이 육아로 직장을 그만둘 것이라고 예상하는 관행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성이 여성보다 소득이 높고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상황에선 아빠가 아닌 엄마가 직장을 관두고 육아에 전담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런 이유로 고용주는 남성과 여성을 다르게 대우하는 것이 옳다고 믿게 된다. 이런 악순환을 정책적 개입으로 해소할 수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 직장 내 차별에 대한 제재는 미약하다”고 말했다.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연금개혁의 방안으로는 법적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그는 “합리적인 타협점을 찾으려면 연금 내는 기간을 늘리고 수급 기간은 줄여야 한다. 법정 은퇴 연령을 현재보다 늘려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공서열에 기반한 급여 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앞서 OECD는 한국 경제 보고서를 통해 수출 중심의 성장 모델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파렐리우센 담당관은 “수출 주도 성장은 한국에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사회의 자원을 생산·투자·수출 쪽으로만 치우치게 해 소비·여가·출산에 투입되는 자원은 줄어들게 된다”고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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