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만 건져 올릴 수 있는 ‘스마트 국자’와 접이식 온·오프 교통카드가 올해 가장 우수한 학생 발명 아이디어에 선정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동아일보사와 국립중앙과학관이 주관한 ‘제45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의 수상작이 3일 발표됐다. 전국 17개 시도에서 1만1589명의 학생이 참가한 이번 경진대회의 최고상인 대통령상은 김태형 군(경북 포항 신광중 3학년)에게, 국무총리상은 김예원 양(세종 한솔고 2학년)에게 돌아갔다. 시상식은 10월 8일 국립중앙과학관 사이언스홀에서 개최되며, 대통령상 및 국무총리상 수상 작품을 비롯해 본선에 출품된 300여 점의 작품이 이달 13일까지 국립중앙과학관 미래기술관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는 1979년부터 동아일보사, 국립중앙과학관이 매년 주관해 왔다.》
“고지혈증이 있는 아빠를 위해 기름을 걸러낼 수 있는 국자를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국자의 이름도 ‘뱃살 빼고 백살까지! 기름 잡는 국자’로 정했습니다.”
제45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김태형 군은 3일 열린 수상자 브리핑에서 발명 아이디어를 떠올린 계기가 아빠의 건강이었다고 했다.
김 군이 개발한 스마트 국자는 크게 두 가지 과학 원리가 적용됐다. 하나는 물에 기름이 뜰 수 있는 밀도 차이, 또 다른 원리는 조선 시대에 쓰이던 술잔 ‘계영배’의 원리다. 계영배는 잔의 70% 이상이 채워지면 잔 가운데의 얇은 관을 통해 술이 아래로 모두 흘러내리는 잔이다.
김 군이 개발한 국자를 기름이 많은 국에 넣으면 기름은 위로 떠오르고 국자 아래쪽에는 국물이 채워진다. 그러다 일정량 이상이 채워지면 마치 계영배에서 술이 흘러내리는 것처럼 국물만 국자 아래로 빠지고 기름층만 남게 된다.
김 군은 처음에는 밀도 차이만을 이용하는 국자를 만들려고 했지만, 아무리 해도 약간의 물이 섞여서 분리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터넷과 온갖 서적을 뒤진 끝에 계영배의 원리를 찾았다. 김 군과 함께 팀을 이룬 금강선 신광중 교사는 “학생과 함께 계영배의 원리를 찾았을 때 ‘유레카’를 외쳤다”고 했다.
원리는 간단하지만 실제 기름만 빼는 국자를 만드는 길은 험난했다. 국자에서 국물이 빠져나가는 관의 폭부터 높이까지 하나하나 실험을 해보지 않고는 결과를 알 수 없었다. 김 군과 금 교사는 학기 중에는 점심시간을 쪼개서 실험하고, 여름방학에는 하루도 쉬지 않고 학교에 나와 실험을 이어갔다. 금 교사는 “정말 수천 번의 실험을 진행한 것 같다”고 했다. 김 군도 “방학 때 놀러가고 싶은 것을 참으며 실험하는 게 정말 힘들었지만 좋은 결과를 얻게 돼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펼치면 ON-접으면 OFF 되는 교통카드 개발”
제45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영예의 수상자들 국무총리상 한솔고 김예원 양
“기숙사 생활을 하다 보니 집에 오고 갈 때 항상 짐이 많았어요. 그럴 때 버스 교통카드 단말기에 여러 카드가 꽂힌 지갑을 대면 인식이 안 돼 너무 불편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김예원 양은 개인적인 경험에서 발명품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했다. 김 양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물리 시간마다 등장하던 패러데이 법칙을 생각해 냈다. 패러데이 법칙은 자기장의 크기가 변하면 유도 전류가 발생한다는 법칙으로, 버스 카드 단말기가 카드를 인식하는 원리이기도 하다.
김 양은 이 법칙을 거꾸로 활용해 카드를 펼치면 일반적인 카드와 동일하게 작동하고, 카드를 접으면 유도 전류가 흐르지 않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김 양은 “카드 양쪽에 같은 방향으로 감은 두 코일을 넣으면, 카드를 폈을 때는 전류가 흐르지만 반으로 접으면 양쪽 코일에 흐르는 전류가 반대 방향이 되면서 전류가 흐르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즉 카드를 펴면 ‘온(ON)’ 상태가 되고 접으면 ‘오프(OFF)’ 상태가 되는 것이다.
김 양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접은 상태에서 카드의 온·오프를 조절할 수 있도록 차폐 필름을 적용했다. 카드의 한쪽 면에 차폐 필름을 붙여 차폐 필름이 안쪽으로 가도록 카드를 접으면 ON이 되고, 차폐 필름이 바깥쪽으로 가도록 접으면 단말기의 자기장이 차단되며 전류가 흐르지 않는 OFF가 되도록 한 것이다. 김 양은 “최근 많이 사용하는 폴더블 스마트폰에 끼우고 다닐 수 있도록 카드의 크기를 줄였다”고 했다.
김 양과 지도교사인 박정규 한솔고 교사는 스마트폰으로 버스 카드를 충전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카드가 실제 작동하는지를 확인했다. 김 양은 “이론으로만 알고 있던 것을 실제로 구현해 나가는 과정이 정말 뿌듯했다”며 “위대한 발명가들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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