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남재희 씨(사진)가 15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충북 청주시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58년 언론계에 투신했다. 한국일보를 거쳐 조선일보 정치부장, 서울신문 편집국장·주필 등을 지냈다. 이후 정계로 옮겨 1979년 민주공화당 후보로 서울 강서구에서 10∼13대 국회의원(4선)에 당선됐다. 이어 1980년 민주정의당 창당에 참여하고 정책위의장을 두 번 역임했다.
전두환 정권에서 여당 핵심 정치인으로 활동했지만 진보 진영과 꾸준히 교류하는 등 ‘체제 내 리버럴’을 자처했다. 전두환 정권이 추진한 ‘학원안정법’에 반대 의견을 낼 당시 고인의 두 딸이 운동권 학생이었던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노동부 장관 재직 시에는 현대중공업 파업 현장에 공권력을 투입하지 말 것을 김영삼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1996년 정계 은퇴 후에는 진보 정치에 관한 책을 쓰고,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고인은 ‘양파와 연꽃: 체제 내 리버럴의 기록’(1992년), ‘언론 정치 풍속사―나의 문주(文酒) 40년’(2004년), ‘진보 열전-남재희의 진보인사 교유록 오십년’(2016년), ‘시대의 조정자: 보수와 혁신의 경계를 가로지른 한 지식인의 기록’(2023년) 등의 다양한 저서를 펴냈다. 딸 남영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아버지는 보수와 혁신을 넘나든 정치인이었고, 그 점을 스스로도 자랑스러워하셨다”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변문규 씨와 딸 화숙 미국 워싱턴주립대 명예교수, 영숙 이화여대 교수, 관숙 상숙 씨, 사위 예종영 전 가톨릭대 교수, 김동석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 세브란스병원이며, 발인은 19일 오전 5시 20분.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