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조정자’ 남재희 前 노동부 장관 별세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19일 03시 00분


보수 정치인으로 진보 진영과도 교류
파업현장 공권력 투입 반대 건의

김영삼 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남재희 씨(사진)가 15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0세.

충북 청주시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58년 언론계에 투신했다. 한국일보를 거쳐 조선일보 정치부장, 서울신문 편집국장·주필 등을 지냈다. 이후 정계로 옮겨 1979년 민주공화당 후보로 서울 강서구에서 10∼13대 국회의원(4선)에 당선됐다. 이어 1980년 민주정의당 창당에 참여하고 정책위의장을 두 번 역임했다.

전두환 정권에서 여당 핵심 정치인으로 활동했지만 진보 진영과 꾸준히 교류하는 등 ‘체제 내 리버럴’을 자처했다. 전두환 정권이 추진한 ‘학원안정법’에 반대 의견을 낼 당시 고인의 두 딸이 운동권 학생이었던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노동부 장관 재직 시에는 현대중공업 파업 현장에 공권력을 투입하지 말 것을 김영삼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1996년 정계 은퇴 후에는 진보 정치에 관한 책을 쓰고,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고인은 ‘양파와 연꽃: 체제 내 리버럴의 기록’(1992년), ‘언론 정치 풍속사―나의 문주(文酒) 40년’(2004년), ‘진보 열전-남재희의 진보인사 교유록 오십년’(2016년), ‘시대의 조정자: 보수와 혁신의 경계를 가로지른 한 지식인의 기록’(2023년) 등의 다양한 저서를 펴냈다. 딸 남영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아버지는 보수와 혁신을 넘나든 정치인이었고, 그 점을 스스로도 자랑스러워하셨다”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변문규 씨와 딸 화숙 미국 워싱턴주립대 명예교수, 영숙 이화여대 교수, 관숙 상숙 씨, 사위 예종영 전 가톨릭대 교수, 김동석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 세브란스병원이며, 발인은 19일 오전 5시 20분.

#남재희#별세#부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