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액체 특성 다 가진 ‘전자결정’
노벨상 위그너 이론으로만 존재
김근수 연세대 교수팀 세계 첫 확인
학술지 ‘네이처’에 연구결과 실려
국내 연구진이 오랜 시간 물리학계의 난제였던 고온초전도체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연구를 발표했다. 초전도체는 특정 온도에서 저항이 0이 되는 물질로, 산업적 가치가 높아 많은 연구자들이 뛰어들고 있는 분야다.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김근수 연세대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전자 결정(crystal·結晶)’ 조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전자 결정은 자유롭게 움직이는 전자가 서로를 밀어내는 반발력에 의해 결정처럼 고정된 상태를 말한다. 마치 같은 극의 자석 여러 개가 같이 있을 때 서로 더 가까이 가지 못하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원래 고체 물질 속의 전자는 일정한 배열로 고정돼 있는 원자 사이를 자유롭게 움직이는 존재지만, 1930년대 헝가리 출신의 물리학자 유진 위그너가 전자 결정 상태를 처음으로 밝혀냈다. 위그너는 전자 결정 이론을 발표해 1963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위그너 결정이라고도 불리는 전자 결정을 실험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전자의 밀도, 온도 등 수많은 조건을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김 교수팀은 미국의 방사광가속기 ‘ALS(Advanced Light Source)’, X선 등 다양한 측정 장비를 활용해 이론으로 존재하던 전자 결정을 확인했다.
또 세계 최초로 고체 물질 내에서 전자 결정이 국소적으로만 나타나는 현상도 발견했다. 일부에서는 전자가 고정돼 있는 전자 결정의 형태를 보였지만, 다른 곳에서는 자유롭게 움직이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연구지는 이를 ‘전자 결정 조각’이라고 표현했다. 김 교수는 “그간 학계에서는 전자결정 상태거나 아니거나, 이분법적으로 생각해 왔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제3의 전자결정 상태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고온초전도체의 원리를 밝힐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고온초전도체는 특정 온도 이하에서 저항이 사라지는 물질이다. 물질 내부의 전자들이 일종의 ‘집단 행동’을 하면서 저항을 일으킬 수 있는 불순물이 나타나더라도 무시하면서 저항이 0이 된다.
저항이 0이 되면 전력 손실 없이 발전소에서 가정까지 전기를 보낼 수 있고, 서울에서 부산을 15분 만에 돌파할 수 있는 이동 수단 ‘하이퍼루프’도 구현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이번에 발견한 전자결정 조각이 실제 고온초전도체에서 나타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 다음 연구 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17일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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