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서 출생 고려인 4세 최 알렉산더… 7년전 입국했지만 학폭으로 전학
“축구 잘해서 전세계 돌아다닐 것”… 구호단체 대회 태극마크 달고 뛰어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할 때면 학교, 학원에서 못 느꼈던 즐거움을 느껴요.”
고려인 4세 최 알렉산더 군(14)은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축구 경기를 마치고 가쁜 숨을 몰아 쉬며 기자에게 말했다. 그는 러시아에서 태어난 뒤 초등학교 1학년이던 2017년 고려인 3세 부모님과 함께 한국에 들어왔다. 여전히 국적은 러시아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 그러나 최 군이 경기장에 서기까지는 한국 정착 과정에서의 숱한 고비들, ‘다르다’는 이유로 가해지던 집단 따돌림, 학교 폭력을 넘어서야 했다.
최 군은 한국에 입국한 뒤 충북 청주시 율량동에 아버지, 어머니, 누나 등 가족들과 정착했다. 그는 중학교에 올라온 이후 외국인이라는 소문이 학교에 퍼진 뒤 일명 ‘왕따’를 당했다. 올해 3월에는 길을 걷다 선배 2명과 동급생 1명에게 주먹으로 얻어 맞았다. 최 군은 입술과 얼굴이 엉망이 돼 전치 4주 진단이 나와 치료비만 100만 원이 넘게 들었다. 최 군의 어머니는 아들 병간호 때문에 직장에서 해고당했다. 최 군은 이후 집단 괴롭힘을 피해 올해 9월 전학을 가야 했다.
최 군은 학폭 등 어려움을 겪을수록 축구에 매달렸다. 축구를 통해 친구를 만들고 자신감도 회복했다. 그는 “축구를 잘해서 유명한 선수가 되면 전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하게 됐다”며 “롤모델은 손흥민”이라고 말했다. 대회를 앞둔 합숙 기간에는 오후 11시 늦은 시간까지 연습에 몰두했다. 그 결과 최 군은 이달 10∼12일 국제구호단체 희망친구 기아대책이 주최한 결연아동 축구대회 ‘호프(hope·희망)컵’에 한국 대표로 출전했다. 기아대책이 2년마다 우리나라에서 여는 호프컵은 전 세계 결연 아동을 한국으로 초청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최 군은 이날 경기에서 잘 싸웠지만 졌다. 하지만 밝은 표정으로 “같은 팀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하이파이브 할 때 기분이 가장 좋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다른 팀 선수들을 보며 멋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최 군은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진짜 축구 선수처럼 생활해 보니 너무 재밌었다. 열심히 축구를 연습해 멋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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