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신’ 나달의 라스트 댄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1월 21일 03시 00분


데이비스컵 마지막으로 은퇴… “난 행운아,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길”

라파엘 나달이 20일 자국 스페인 말라가에서 열린 남자 테니스 국가대항전 데이비스컵 8강전에서 네덜란드에 1-2로 패한 뒤 자신을 위한 헌정 영상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나달은 이 경기를 끝으로 은퇴했다. 말라가=AP 뉴시스
“타이틀이나 우승 횟수 같은 것보다는 그저 마요르카의 작은 마을에서 온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라파엘 나달(38·스페인)은 20일 스페인 말라가에서 열린 남자 테니스 국가대항전 데이비스컵 8강전에서 네덜란드에 1-2로 패한 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나달은 2단식 1복식으로 치러진 이날 경기 첫 단식에서 보틱 판더잔츠휠프(29)에게 0-2(4-6, 4-6)로 패했고, 이게 그의 마지막 경기가 됐다.

나달은 메이저 대회에서 통산 22번 우승했다. 그중 클레이 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에서만 14차례 정상에 올라 이 대회 최다 우승자로 남아 있다. 그가 ‘흙신’으로 불리는 이유다. 나달은 “그저 꿈을 좇았고, 그 꿈을 이룬 소년,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며 “코트 안팎에서 사랑받았기에 테니스뿐 아니라 인간적인 면에서도 유산을 남겼다고 느낀다. 그래서 평온한 마음으로 떠난다”고 했다. 2년 전부터 부상에 시달려 온 나달은 8월 파리 올림픽 이후 실전 경기를 치르지 못했고,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지난달에 알렸다.

나달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은퇴하러 나온 게 아니다. 감정은 넣어두고 스페인 우승을 도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승 도전은 무산됐다. 나달은 이 대회에서 모두 다섯 번의 우승 트로피를 스페인에 안겼다. 나달은 이날 경기 시작 전 스페인 국가가 울리자 눈물을 글썽였다.

나달은 “나는 참 복 받은 사람이다. 매일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이 많다. 그중에서도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면서 “삼촌(토니 나달)이 테니스 코치였던 덕에 어릴 때부터 테니스를 쳤다. 취미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이었다”며 선수 생활을 돌아봤다. 그는 “테니스 덕에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을 많이 했다. 마음 같아선 더 뛰고 싶은데 몸이 더 이상은 뛸 수 없다고 말한다”며 작별 인사를 했다.

메이저 대회 통산 20승의 기록을 남기고 2년 전 은퇴한 로저 페더러(43·스위스)는 소셜미디어에 “당신이 내 은퇴 경기 때 상대 선수가 아닌 복식 파트너로 내 옆에 있어 준 건 정말 뜻깊은 일이었다. 앞으로도 항상 응원하겠다”는 메시지를 나달에게 남겼다.

#라파엘 나달#테니스#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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