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만의 ‘복덩이’ 백일잔치… 정선마을 들썩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2일 03시 00분


북평면 장열2리 마을회관서 열려
탄광 사라져 80가구가 55가구로
“오랜만의 아이 울음소리에 활력”
귀촌한 아이 부모 “둘째도 낳을것”

지난달 30일 오전 강원 정선군 북평면 장열2리 마을회관에서 열린 이강 군 백일 잔치에서 마을 주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선군 제공
지난달 30일 오전 강원 정선군 북평면 장열2리 마을회관에서 열린 이강 군 백일 잔치에서 마을 주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선군 제공
“진짜 복덩이 중의 복덩이지요. 부부의 경사를 넘어 마을의 큰 경사입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강원 정선군 북평면 장열2리 다목적 마을회관. 이 마을 주민 70여 명이 모인 가운데 25년 만에 장열2리에서 태어난 아이의 백일 잔치가 열렸다. 마을 축제의 주인공은 8월 26일 아버지 이준영 씨(41)와 어머니 최영화 씨(32) 부부의 품에 안긴 첫째 아들 강 군이다. 본 100일은 3일이지만 주말을 맞아 앞당겨 잔치를 치렀다.

잔치에 참석한 주민들은 “오랜만에 아이 울음소리를 들으니 마을에 활력이 넘치는 것 같다. 아이가 우리 마을에서 건강하게 오랫동안 행복하게 생활하길 바란다”는 덕담을 건네며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정선 탄광촌 가운데 한 곳이었던 이 마을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80여 가구가 살았는데 지금은 55가구로 줄었다. 탄광이 사라지고 상당수 주민들이 외지로 이주하면서 신생아는커녕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듣기 힘든 곳으로 변했다.

이 마을에 다시 신생아 울음소리가 들리게 된 것은 이 씨가 귀촌한 덕분이다. 이 씨는 “19년 전 지인이 살던 이곳에 놀러왔던 부모님이 장열2리를 마음에 들어 해 땅을 사고 집을 지으면서 정착하게 됐다”며 “부모님은 예전에 살던 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이곳을 오가고, 지금은 아내와 둘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혼인신고만 하고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 않은 이 씨 부부는 내년에 가족과 마을 분들을 모시고 식을 올릴 예정이다. 이 씨는 “지역에 산부인과가 없다 보니 임신 기간 먼 강릉으로 가 진료를 받는 게 힘들었지만 다행히 아이가 엄마 배 속에서 건강하게 잘 자랐다”며 “지금은 모유를 먹으며 잘 크고 있다”고 밝혔다.

이 마을 맹영빈 이장(66)은 “아이를 보기 힘든 농촌 마을에 경사스러운 일을 모두 함께 축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행복하다”며 “아이가 살기 좋은 장열2리가 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 씨는 “강이가 경쟁하는 삶보다는 유유자적하면서 건강히 잘 자라길 바란다”며 “나중에 강이 동생도 낳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선마을#복덩이#백일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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