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손으로 잡고 45분 버텨… 추락서 구한 소방관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2일 03시 00분


지난달 27일 트레일러가 난간 충돌
튕겨 나간 운전자 위태롭게 매달려
박준현 소방교 “살려야 한다 생각뿐”

지난달 27일 경북 안동시 풍산읍 계평리 중앙고속도로 부산 방향 계평교 아래 아찔하게 매달려 있는 운전자를 구조대가 고가차량을 이용해 구조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지난달 27일 경북 안동시 풍산읍 계평리 중앙고속도로 부산 방향 계평교 아래 아찔하게 매달려 있는 운전자를 구조대가 고가차량을 이용해 구조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손이 얼 것같이 시렸지만 놓치지 않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경북소방본부 안동소방서 풍산119안전센터 소속 박준현 소방교(34·사진)는 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박 소방교는 최근 전국적으로 폭설이 쏟아진 가운데 빙판길 사고로 11m 높이 교량에서 추락할 뻔한 운전자를 맨손으로 45분 동안 붙잡고 버티다가 구조한 주인공이다.

지난달 27일 오전 9시 20분경 안동시 풍산읍 계평리 중앙고속도로 부산 방향 계평교 위를 달리던 60대 운전자 A 씨의 대형 트레일러가 갑작스레 눈길에 미끄러지며 교량 난간과 충돌했다. 사고는 절체절명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운전석 일부가 교량 바깥으로 튕겨나가면서 11m 아래로 추락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박 소방교는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A 씨가 보이지 않았다”며 “운전석 내 짐들을 치워내니 A 씨가 차체와 교량 난간 사이에 허리가 끼인 채로 하체는 바깥쪽에, 상체는 운전석 안쪽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고 말했다.

자칫하면 A 씨가 11m 아래로 추락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박 소방교는 지체하지 않고 손을 끝까지 뻗어 A 씨의 손을 잡았다. 동료 대원들도 조심스럽게 접근해 로프로 A 씨의 팔을 감아 힘을 보탰다. 그사이 교량 아래쪽에 에어매트가 설치됐고 A 씨에게 접근할 고가차량도 준비됐다.

오전 10시 반경 고가차량에 의해 A 씨가 구조될 때까지 박 소방교는 45분 동안 맨손으로 그를 붙잡고 있었다. 그는 “두렵기도 했지만 무의식중에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던지 그저 손을 잡고 있는 데만 집중했었다”며 “사건 이후 아내와 아이들이 자랑스럽고 용감하다고 이야기해줬고 주변에서도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굉장히 뿌듯했다”고 말했다.

#박준현 소방교#트레일러#난간#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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