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23번째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식품명인 기순도씨 위원회 참석해
10대 이어온 씨간장 쓴 된장 등 선물
2026년엔 한지제작 기술 등재 추진
콩을 발효해 된장, 간장 등을 담가 먹는 우리의 ‘장(醬)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됐다.
유네스코 무형유산 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는 3일 오후(현지 시간)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제19차 위원회 회의에서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Knowledge, beliefs and practices related to jang-making in the Republic of Korea)’를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에 올렸다. 위원회는 “한국의 장 담그기는 주부를 중심으로 다양한 성별과 연령, 각기 다른 사회 계층의 가족 구성원에 의해 수행된다”며 “이는 가족의 정체성을 반영하며 가족 구성원 간의 연대를 촉진한다”고 등재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의 장 담그기’는 발효된 콩으로 된장, 간장, 고추장 등을 담가 먹는 문화로, 음식뿐 아니라 장을 만드는 데 필요한 지식과 신념, 기술을 모두 포함한다. 장 담그기는 2018년 한국의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뒤 2019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신청대상으로 선정됐다. 지난달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가 사전 심사 결과 ‘등재 권고’ 판정을 내리면서 등재가 확실시됐다.
장 문화의 연원은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신문왕(재위 681∼692년) 때 왕비를 맞으면서 보내는 폐백 품목에 ‘장’과 ‘시(䜻·장의 일종)’가 포함돼 있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조선 시대 왕실에서는 장을 보관하는 창고인 장고(醬庫)를 관리하는 상궁인 ‘장고마마’를 따로 둘 정도로 장을 중시했다.
장 만들기는 콩 재배와 메주 만들기, 장 만들기와 가르기, 숙성, 발효의 과정을 아우른다. 특히 메주를 띄운 후 된장과 간장을 만들고, 한 해 전 사용하고 남은 씨간장에 새로운 장을 더하는 한국의 전통 방식은 중국, 일본과 다른 독창성을 지니고 있다. 이날 위원회에는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35호(진장) 기순도 명인이 참석해 10대째 지켜온 370년 된 씨간장으로 담근 고추장과 된장을 참석자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이번 등재 결정에 따라 한국이 보유한 인류무형문화유산은 총 23건이 됐다. 앞서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2001년)이 처음 등재된 후 ‘탈춤’(2022년)까지 모두 22건이 등재된 데 이어 하나를 추가하게 된 것.
한국은 2026년에 ‘한지 제작의 전통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의 등재도 시도할 예정이다.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장은 한국인의 음식 문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음에도 보편적 일상 음식이란 인식 때문에 그 가치가 소홀히 여겨져 왔다”며 “이번 등재를 통해 국민들이 우리 음식문화에 자부심을 가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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