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코스 50번 넘게 완주 김기준씨
“소녀가장 보고 품삯 털어 첫 기부
인연 맺은 아들-딸 50명 넘어”
“100km를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처럼 100세까지 건강을 유지하며 돈을 벌어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 인생 최대의 소원입니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 거주하는 김기준 씨(76·사진)는 35년 동안 풀코스를 50번 넘게 완주한 마라톤 마니아다. 하지만 그가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더 오랜 시간 이어온 것은 이웃사랑이다.
칠곡군 공무원으로 일하던 1984년부터 2005년 퇴직할 때까지 김 씨는 월급의 30%가량을 지역의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기부했다. 그는 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마을에서 지하수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밭에서 잔뜩 웅크린 채 주눅 들어 있던 소녀 가장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그날 품삯으로 받았던 각종 물품을 준 것이 첫 나눔이었다”고 전했다.
김 씨는 “기뻐하는 아이를 보면서 흐뭇한 한편으로 어렵고 서러웠던 옛 시절이 떠올랐다”며 “그날부터 내 몫을 조금씩 떼어 어려운 이웃과 나눠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퇴직 이후 농부로 변신한 그는 직접 키운 복숭아와 자두, 무 등의 농산물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후원하고 있다. 김 씨는 “첫 나눔을 실천한 소녀는 40대 주부가 됐는데 서로 아빠, 딸이라 부르며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나눔을 통해 인연을 맺은 아들, 딸들이 지금은 50명이 넘는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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