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제멋대로 권력을 부리며 함부로 날뛴다’는 뜻의 도량발호(跳梁跋扈)를 택했다. 이 사자성어를 제안한 교수는 “권력자들이 국민 대신 자신이 마치 권력의 원천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어 이 사자성어를 추천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9일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 108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도량발호’가 올해의 사자성어 1위(450명·41.4%)로 꼽혔다고 밝혔다. 교수신문은 매년 12월 교수들의 추천과 투표를 거쳐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한다.
이번 투표는 지난달 25일부터 비상계엄 사태 전날인 이달 2일까지 진행됐다. 도량발호는 ‘도량’(거리낌 없이 함부로 날뜀)과 ‘발호’(권력을 제멋대로 부리며 날뜀)가 결합돼 조선시대부터 사용된 사자성어다.
올해의 사자성어로 도량발호를 추천한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 사자성어에 맞는 최악의 사례가 3일 심야에 대한민국을 느닷없이 강타한 비상계엄령”이라며 “국민의 이름으로 국민을 겁박하는 무도한 발상과 야만적 행위가 아직도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가능하다는 사실이 섬뜩하고 참담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또 “권력을 위임한 국민이 그 권력을 다시 회수하기 전에 우리 사회 권력자들이 ‘권력의 취기’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량발호에 표를 던진 교수들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국정농단 의혹 등을 거론하며 “권력자가 권력을 자신과 가족, 비호 세력을 위해 사적으로 남용하고 이권을 챙겼다”고 지적했다. 또 “권력자들이 리더십과 통치 능력 측면에서 함량 미달이거나 자기 객관화를 통해 개선하려는 모습이 없다”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교수신문은 “도량발호는 권력자가 제멋대로 행동하며 주변 사람들을 함부로 밟고, 자기 패거리를 이끌고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것”이라며 “올해의 사자성어 투표는 비상계엄 사태 전에 이뤄졌지만 비상계엄 사태는 올 한 해 나타났던 권력 사적 남용의 결정판으로 (국민들에게) 충격을 안겼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에서 2위는 ‘낯이 두꺼워 부끄러움이 없다’는 뜻의 후안무치(厚顔無恥)가 차지했고, 3위로는 ‘머리가 크고 유식한 척하는 쥐 한 마리가 국가를 어지럽힌다’는 의미의 석서위려(碩鼠危旅)가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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