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고 듣는 과정은 희망의 증거… 일상으로 돌아가 새 작품 쓰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13일 03시 00분


노벨문학상 한강 국내언론 간담회
“‘소년이 온다’ 5·18 이해 진입로되길
韓 계엄 혼란 상황 제대로 못 살펴”

소설가 한강이 11일(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출판사에서 열린 국내 언론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스톡홀름=뉴스1
“말을 건네고 글을 쓰고 읽고, 귀를 기울여서 듣는 과정 자체가 결국은 우리가 가진 희망을 증거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11일(현지 시간) 스웨덴의 한 출판사에서 열린 국내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소설가 한강(54)은 글쓰기에서 믿음과 희망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글을 쓰려면 최소한의 믿음은 항상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어가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한 줄도 쓰지 못할 것 같다”면서 “아주 개인적으로 보이는 글이라고 해도 아주 작은 최소한의 언어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쓰기 시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대표작 ‘소년이 온다’가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이해하는 진입로가 되기를 바란다는 견해도 밝혔다. 그는 “‘소년이 온다’를 쓰고 나서는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늘 있었다. 그렇게 말씀드렸던 이유는 이 소설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고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다”며 “(분량이) 얇으니까 광주를 이해하는 데 진입로 같은 것이 돼주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있었다”고 했다.

다만 한강은 최근 한국의 비상계엄 후 혼란 상황에 대한 질문에는 “5일 한국에서 출국하기 전까지 뉴스로 상황을 접했는데 여기 도착한 뒤로 일이 너무 많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 그래서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파악이 잘 안 된 상태여서 돌아가서 업데이트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앞서 한강은 6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선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강 책을 읽는 순서’를 직접 안내하기도 했다. 한강은 “한국 독자에게는 처음이 ‘소년이 온다’이면 좋을 것 같고, 이 책과 연결된 ‘작별하지 않는다’를 이어서 읽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너무 진한 책보다 조금 성근 책을 원한다면 ‘흰’이나 ‘희랍어 시간’을 읽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채식주의자’는 처음부터 읽기보다 다른 책을 읽은 뒤에 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린이 테마파크 ‘유니바켄’을 찾은 일도 들려줬다. “(스웨덴 체류 중) 딱 세 시간 정도 자유 시간이 있었는데, 그곳을 추천받아 갔어요. 그 얘기를 유니바켄 측에서 들으셨는지 저에게 평생 무료 이용권을 주셨어요. 너무 재미있고 감동적인 선물이었어요.”

한강은 12일 왕립극장에서 열리는 낭독회로 노벨상 공식 일정을 마친다. “이제 저는 일상으로 돌아가서 조용히 열심히 신작을 쓰겠습니다.”

#노벨문학상#한강#국내언론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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