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동계 원로 김수한 前 국회의장 별세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2월 31일 03시 00분


향년 96세-6선… YS 추도사 낭독
대변인 시절 ‘날치기’ 용어 처음 써
신군부에 한 달 불법구금 당하기도

김수한 전 국회의장(사진)이 30일 오전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6세. 고인은 7대 국회를 시작으로 6선 의원을 역임했고, 15대 국회 전반기인 1996∼1998년 국회의장을 지냈다. 1957년 정치에 입문한 뒤 1990년 3당 합당 때까지 야당 외길을 걸었다. 2015년 김영삼(YS)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 때 추도사를 낭독한 대표적인 상도동계 원로 정치인이다.

1928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대구대(현 영남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57년 민주혁신당 창당에 참여한 뒤 민주당 정책위원장, 신한당 대변인 등을 거쳤다. 1967년 7대 총선에서 민중당과 신한당 통합으로 창당된 신민당 소속 전국구 의원으로 당선됐다.

고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야당은 김수한의 입으로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명대변인으로 통했다. 법안 편법 처리를 일컫는 ‘날치기’라는 용어를 처음 쓴 것으로 알려졌다.

4선 의원이던 1980년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에 강제 연행돼 한 달여간 불법 구금됐다. 당시 고인은 신군부의 강압에 의원직을 사퇴하고 아내 재산까지 헌납한 뒤에야 석방됐다. 올해 3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고인을 인권침해 피해자로 인정하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1984년 정치 규제가 해금된 뒤 치러진 12대 총선에서 YS와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를 거쳐 창당한 신한민주당 소속으로 서울 관악에서 당선됐다. 신민당 시절 유진산계였던 고인은 당시 비민추협 세력으로 신한민주당에 참여했다. YS 정부 마지막 2년에 국회의장을 맡아 군부독재 청산 등 각종 개혁을 뒷받침했다. YS가 2010년 재산을 출연해 설립한 김영삼민주센터의 초대 이사장을 지냈다.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은 “YS가 군부 독재를 무너뜨리는 과정에서 큰 몫을 했다”며 “YS의 말년을 함께한 정치 파트너였다”고 말했다.

고인은 한일의원연맹 부회장, 한일친선협회 중앙회장을 맡아 한일 의회와 민간 외교 분야에서도 역할했다. 대한민국헌정회 원로회 의장,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의장도 지냈다.

유족으로는 아들 김성동 전 의원, 딸 김숙향 전 개혁신당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 등 2남 4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 세브란스병원, 발인은 내년 1월 3일 오전 9시.

#김수한#전 국회의장#정치인#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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