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발언대]헌법재판소 「변호인 강제주의」폐지를

  • 입력 1996년 10월 23일 20시 52분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원 심판청구사건에 대해 반드시 변호인을 선임해야 한다는 「 변호인 강제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변호인을 통해 무분별한 헌법소원 심판청 구를 사전에 거르게 함으로써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업무부담을 줄이고 재판을 신속히 진행시킨다는 목적에서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변호인을 선임하지 못한다는 이유 하나로 충분히 승소할 가능성이 있는 사 건마저 청구이유서 심리조차 받아보지도 못하고 각하당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어 문제다. 물론 헌재법은 변호인을 선임할 경제력이 없는 경우 당사자의 신청에 의해 국선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도 절차가 까다롭고 보정명령에 의해 무자력자증명 지방세비과세증명 등을 요구하므로 이용하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대상자도 극히 한정돼 있어 실효성이 의문스럽다. 더구나 심판청구인에게 내려지는 보정명령도 헌법소원 심판청구이유서 내용에 따 라 각기 달라진다. 이처럼 형평성이 결여된 보정명령에 의해 국선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불이익을 당하고 재판받기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따라 서 변호사 강제주의는 하루빨리 「본인 소송주의」로 전환돼야 국민 누구나 자유롭 게 재판받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다. 실제로 헌재는 헌법소원 심판청구가 접수되면 먼저 3인의 판사로 구성된 지정재판 부에 배정해 청구이유서를 사전검토한 후 각하 또는 기각할 수 있다. 이 절차를 통 과해야만 비로소 전원재판부의 심판에 회부돼 재판받게 된다. 그런데도 사전에 승소 가능성을 따져 선별토록 하는 변호인 강제주의는 헌법소원 청구 자체를 제한해 국 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처사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90년 9월 변호사 강제주의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청구사건에서 헌재는 『헌법 재판을 받을 국민의 권리를 일부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공공의 복리를 위해 필요하다 』며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재 스스로 시인했듯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일부 제한하면서까지 얻어지는 공공의 복리는 과연 무엇인지 답해야 한다. 열사람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사람의 억울한 사람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게 재 판의 기본정신이다. 헌법소원이란 억울함을 당한 국민이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자신의 권리를 찾고자 하는 최후의 보루다. 변호사 강제주의로 인해 재판받을 권리마저 침 해당한다면 이는 또다른 국민의 기본권 침해임이 분명하다. 김 경 운 (구속자인권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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