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총각의 북한이야기]외국어 교육

  • 입력 1996년 11월 3일 20시 29분


남한에 살면서 남한사람들이 북한사람들보다 영어를 잘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외국어 조기교육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고 회사 진급시험에도 외국어가 들어가는데 놀랐다. 북한에서도 외국어교육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열한살 무렵 고등중학교에 올라가면 영어나 러시아어중 한가지를 배우며 외국어를 시작했다. 다만 두 가지중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교장선생님의 지시로 1반부터 3반까지는 영어반, 4반부터 6반까지는 러시아어반으로 갈리는 식이었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가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었다. 나는 고등중학교부터 영어반에 속해 대학때까지 영어를 배웠다. 내가 대학에서 영어를 택한 것은 국제공통어이기 때문이었다. 북한 학생들은 번역은 어느 정도 하지만 회화는 엉망이었다. 녹음기가 부족하고 TV에서 외국방송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데다 외국영화도 전부 성우들이 더빙해 보여줘 「오리지널 발음」을 들어볼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영어선생을 양성하는 사범대학생들도 진짜 영어발음을 들어보기 쉽지 않았다. 그러니 그들로부터 영어를 배우는 학생들의 회화수준은 뻔한 노릇이었다. 나도 처음 동독에 유학갔을 때 부끄러운 경험을 했다. 기초적인 영어를 해도 외국인들이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여러번 있었다. 그러나 전문적인 외국어교육기관인 외국어학원(고등중학교급)과 외국어대에서는 외국어강사를 초빙, 제대로 가르쳤다. 이곳에서는 수학 물리 같은 자연과목보다 외국어교육이 더욱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졸업생들은 정통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었고 일부는 외국유학을 거쳐 외교관으로 키워졌다.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북한에도 집안에서 외국어를 조기교육하는 부모들이 있었다. 대부분 외국어를 하나쯤 구사할 수 있는 인텔리가족이었다. 그렇게 조기교육을 받은 어린이들이 외국어를 유창하게 하면 「신동」이라고 TV에 출연시켰다. 일본어 독일어 중국어 등은 인기있는 제2외국어였다. 적지않은 대학생들이 이를 스스로 공부했다. 북한에서는 러시아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아 영어나 독일어 일본어 등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더 인기가 있었다. 全 哲 宇(한양대 졸업·89년 동베를린에서 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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