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부는 빌 클린턴 대통령이 재선했으므로 미국의 대한반도정책, 특히 대북(對北)정책에 커다란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클린턴행정부는 집권2기에도 북한의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4자회담과 경수로사업을 그대로 추진하고 북―미관계 개선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북―미접촉 등 구체적인 사안에 임하는 미국의 자세에는 적지않은 변화가 있으리라고 당국자들은 분석한다. 그 근거는 두가지다.
하나는 미국의 대북관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한 당국자는 『4년간 다소 성급하게 대북접근을 시도해온 클린턴행정부가 최근들어 신중하고 원칙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며 『이같은 현상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을 대화가능한 상대로 보았던 예전의 시각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 얼마전부터 백악관안보담당보좌관 주도로 대북정책을 재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나는 클린턴행정부 내의 「한국중시」흐름이다. 미국은 최근 대북관을 수정하면서 제네바핵합의 이후 다소 소홀히 대접해온 한국과의 유대관계 강화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당국자들은 말한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행정부는 대북정책의 기본틀을 유지하면서도 북한에 끌려다니기 보다는 원칙에 입각해 대북문제를 풀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같은 진단에 따라 외무부는 기존의 대미정책기조를 유지 강화해나간다는 기본방침을 세웠다.
우선 잠수함 침투사건이후 윈스턴 로드 미국국무부차관보의 방한과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 등을 통해 다져진 한미공조관계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잠수함 침투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있어야만 4자회담과 경수로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정부의 입장에 미국이 지속적으로 보조를 맞춰줄 것을 요구키로 했다.
미국이 북한의 「연착륙」을 명분으로 한국을 다시 소외시킨 채 북―미관계개선에 매달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외무부는 2기 클린턴행정부가 자리를 잡는대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개정 등 한미외교현안의 해결에 나서기로 했다.
〈文哲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