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基洪기자」노사 합의에 의한 노동법 개정이 결국 무산됐다.
지난 6개월간 노사협상을 진행해온 노사관계개혁위원회는 7일 전체회의에서도 단일안을 만들지 못한채 그동안의 논의 결과를 있는 그대로 金泳三대통령에게 보고키로 했다.
노개위의 이같은 결론은 대통령이 공익대표안 노동계안 사용자안 중에서 한가지를 선택해 연내에 노동법을 개정하든지 아니면 내년으로 연기하든지 결정해 달라는 뜻이다.
결국 지난 6개월간 노사 대표들에게 넘겨졌던 노동법개정 「칼자루」가 이제 다시 정부로 돌아온 셈이다.
노사합의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올 봄 노사분규에서 최근의 경제위기론에 이르기까지 사회분위기가 계속 노사대립을 심화시키는 쪽으로 흘러 「타협」을 추구해온 노사내부 온건파의 입지가 위축됐던 점을 꼽을 수 있다.
사실 지난해말부터 청와대와 노동부 수뇌부가 구상했던 노동법 개정 구도는 「노사 대화합의 분위기를 먼저 조성한뒤 노사내부 온건파의 주도로 노사 양측이 서로의 요구를 동시에 수용해 맞바꾸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노사 모두 노동법개정에 따른 「소득」을 잘 알면서도 내부 강경세력 등의 견제를 의식해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특히 경제위기론 등을 등에 업은 전경련은 마지막까지 경직된 자세를 고수, 다소 유연한 모습을 보인 경총의 발목을 놓아 주지 않았다.
노노(勞勞)간의 견제와 눈치보기도 심각했다.
한국노총은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합법화라는 「열매」를 얻을 수 있는 민주노총을 의식, 민주노총이 먼저 정리해고제 도입 등을 수용하면 우리도 타협에 응하겠다는 책임회피 입장을 고수했다.
민주노총 내부에선 「협상으로 실리를 얻자」는 목소리가 마지막까지 상당한 세력을 형성했지만 정리해고제 도입 등에 대한 조직 내부의 정서적 반발을 이겨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난 6개월간의 노사 실무자 협상과정에선 대타협이 가능할듯한 순간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결정적인 고비에서 사용자측이 「복수노조 허용」의 전제조건으로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들고나와 협상이 깨졌다.
「전임자 임금 문제」해결을 위해 노개위 공익대표들이 막판에 잇달아 절충안을 내놓았고 민주노총도 『사용자측이 「전임자 임금 금지」 요구만 철회하면 정리해고제 등에 있어 대폭 양보할 수 있다』는 유연성을 보였으나 사용자측은 요지부동이었다.이 때문에 협상과정에서 노사간 이견이 상당폭 좁혀졌던 정리해고 변형근로제 교원노조 등의 주요 쟁점에 대해서도 타결을 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