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비리 쇼크]한달새 2명…문민정부 도덕성 치명타

  • 입력 1996년 11월 13일 20시 42분


李聖浩보건복지장관이 13일 전격 경질된 배경에는 부정부패 척결에 대한 金泳三대통령의 단호한 의지가 담겨 있다. 金대통령은 지난달 17일 무기거래와 관련해 수뢰사실이 드러난 李養鎬국방장관을 경질한 뒤 공사석에서 부정부패 척결을 거듭 강조해 왔다. 그럼에도 李전보건복지장관의 부인이 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 李전장관이 사표를 내자 즉각 수리해 버렸다. 불과 일주일전 孔魯明전외무장관이 불명확한 이유로 전격 교체돼 정 관가의 분위기가 뒤숭숭한 판에 李전장관사건이 터지자 청와대는 물론 여권관계자들은 침통한 표정이 역력하다. 金대통령 자신은 「한푼의 돈도 안 받는다」고 하지만 현역 장관주변에서 거액을 주고 받은 일이 백일하에 드러남으로써 개혁을 부르짖는 현정권의 도덕성이 여지없이 훼손됐기 때문이다. 특히 불과 한달도 되지않은 사이에 李養鎬국방 孔魯明외무 李聖浩복지장관 등 3명의 장관이 비리와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물러난 것은 현정부의 인사정책 국정수행능력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金대통령이 李養鎬사건이후 지속적인 사정의지를 밝히고 있는 것은 취임초부터 고위공직자의 인선기준을 청렴성과 도덕성에 두어왔지만 가시적 성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현정권 출범직후인 지난93년봄 재산공개파문에 휘말려 상당수 고위공직자들이 물러나면서 한때 공직자 비리가 잠잠해지기는 했으나 시일이 지나면서 비리는 다시 살아났고 중하위공직자의 비리사건도 꼬리를 물고 발생했다. 지난해 5월 李炯九당시노동부장관이 대출관련 비리로 구속된데 이어 올들어 현직장관 2명이 비리와 관련돼 옷을 벗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金光一청와대비서실장은 13일 이와 관련, 『金대통령은 취임초부터 공직사회의 도덕성과 청렴성을 그토록 강조해왔음에도 아직 고위공직자들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데 대해 부끄럽고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12월20일 출범한 李壽成내각은 그동안 6차례 보각(補閣)으로 9개부처 10명의 장관(보건복지 2명)이 경질돼 절반가까운 국무위원이 교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동의안이 국회에서 비준된 뒤 초대대사에 현경제각료중 한명이 임명될 예정이다. 따라서 정가주변에서는 연말이면 통상적으로 있어왔던 당정개편이 「개각수요」가 사실상 사라져 내년으로 미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金東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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