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許承虎기자」재정경제원 장차관이 현대그룹의 일관제철소 건설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데 이어 통상산업부가 공업발전심의회(工發審)를 개최,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13일 발표함으로써 현대의 제철산업 진출 허용여부에 대한 정부의 입장 정리가 끝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공발심에서 △철강수급상 공급과잉 우려가 크고 △재벌기업의 경제력집중 부작용이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현대의 제철산업진출 불허방침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공발심(위원장 金世源서울대교수)은 통상산업부장관의 자문기구.
그러나 공발심 위원중 절반가량이 공무원 또는 정부의 영향권안에 있는 인사들이어서 논의의 결론이 정부 의도대로 날 가능성이 높다.
관련부처 및 업계에서는 정부가 한달쯤 전 이미 이 문제와 관련, 「불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10월 중순경 재벌의 기업확장과 경제력 집중에 매우 비판적인 李錫采청와대경제수석이 재경원 통산부 건설교통부장관 등을 차례로 만나 철강수급과 경제력집중 문제를 들어 불허쪽으로 의견조율을 끝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가 이처럼 서둘러 결론을 내리려는 것은 그동안 현대의 「장외(場外) 압박」전략에 감정이 상했다는 것이 주위의 분석.
현대는 정부에 사업신청서를 내지 않은 상태에서 사전정지작업에 힘을 기울였으며 특히 최근에는 경남 하동과 전북 군산간의 제철소 유치경쟁을 유도, 지방자치단체를 내세워 중앙정부를 압박하는 형국이었다.
여기에다 韓昇洙부총리겸 재경원장관이 최근 현대의 제철산업 불허방침을 흘린 것으로 알려지는 등 논란이 가열되자 이 기회에 쐐기를 박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태도에는 여러가지 불합리한 점이 도출되고 있다.
우선 사업주체인 현대건설의 사업계획서나 의견도 들어보지 않고 정부가 먼저 나서서 민간기업의 신규사업 진입 타당성에 관해 결론부터 내리게 되는 우스꽝스런 꼴이 된다.
더욱이 제철산업 신규진출 문제는 정부의 인허가 사항이 아니다. 그저 사업추진과정에서 기술 및 기계도입 신고만 받으면 된다. 따라서 정부가 「가, 불가」를 결정한다면 실제로는 법적 근거가 없는 월권행위인 셈이다.
또한 정부가 불허방침을 밝히게 되면 삼성그룹의 자동차산업 진출때와의 형평성 문제도 당장 제기된다. 삼성의 자동차산업 진출 때 주무부처인 상공부는 공급과잉 우려와 경제력집중 문제 등을 내세워 극력 반대했으나 공장이 들어서는 부산 경남지역의 정서와 정치적 결정으로 결국 경제논리는 뒷전으로 하고 허용한 전례가 있다. 이번 현대의 제철산업 진출문제는 삼성의 승용차산업 진출 허용 당시와 너무 비슷한 사례여서 앞으로 정부가 결정을 내리고 설명을 하는 논리를 어떻게 세울지 주목된다.
朴在潤통산부장관은 지난 7월부터 『현대의 사업계획서가 들어오면 공발심을 열어 논의케 한 뒤 그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밝혔으나 사업계획서도 접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발심을 개최키로 함으로써 그 자신이 말을 뒤집게 된 배경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어쨌든 정부가 부랴부랴 공발심을 열어 현대의 제철산업 진출문제에 관한 정부입장을 결정할 경우 정부의 정책일관성 형평성 등에 관한 여러가지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