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李載昊특파원」 북한이 비록 한국정부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잠수함 침투사건에 대해 「유감 표명」 의사를 비쳐옴에 따라 이에 대한 미국정부의 반응이 주목되고 있다.
미국은 잠수함 침투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이로인해 제네바 기본합의의 이행이 차질을 빚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해왔기 때문이다.
韓美관계에 정통한 워싱턴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유감 표명 용의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이고도 분명한 사과를 원하는 한국정부의 입장을 미국이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정부가 북한의 유감 표명을 「사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미국도 이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는 그러나 『전술적으로는 양국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꼬리를 달았다.
그가 말한 전술적 차이는 곧 사과의 수준에 대한 「관용」의 차이를 의미한다. 즉 미국은 북한이 사과해야 한다는 원칙은 강력히 지지하지만 형식과 언어의 선택에 있어서는 한국보다 더 관대하다는 얘기다.
윈스턴 로드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지난 14일 『한반도문제의 진전을 위해서는 북한의 제스처가 필요하다』고 말함으로써 이 점을 분명히 했다. 로드차관보는 「북한의 사과」라는 표현 대신 「북한의 제스처」라는 두루뭉실한 표현을 썼던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의 과제는 북한을 설득해 사과의 강도를 더 높이도록 하거나 아니면 한국을 설득해 「유감 표명」으로도 만족하도록 하는데 있다. 미국이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둘지 알 수 없으나 한국에 대한 설득 노력이 배가될 것임은 분명하다.
제네바 기본합의의 충실한 이행(북한의 핵개발 동결 유지)에 대북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클린턴 행정부로서는 제네바 기본합의를 깨겠다고 위협하는 북한의 벼랑끝 작전에 맞서기 보다는 한국을 설득하는 일이 아무래도 더 쉽기 때문이다.
문제는 설득과정에서 한미간에 갈등의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주미(駐美)한국대사관의 한 당국자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어떤 답을 우리에게 강요하려 든다면 그것은 한국민들의 감정을 무시하는 행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지난 13일 사설을 통해 위험한 남북관계 속에서 미국의 외교적 역량은 한국정부에 하나의 정치적 대안을 제공하는데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의 외교적 역량이 과연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